[국제] “쌀 사본적 없다, 지지자가 많이 줘서” 실언한 일본 농림상 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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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폭등’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정권을 흔들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21일 에토 다쿠 농림수산상을 사실상 경질하고, 후임에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을 기용했다. 지난해 10월 이시바 정권이 출범한 뒤 첫 경질이다. 이시바 총리는 에토 농림수산상이 낸 사표를 수리한 직후 “모든 것은 임명권자인 저의 책임”이라고 밝혔지만 ‘뒷북 대응’이란 비판이 나온다.
급작스런 각료 교체의 발단엔 에토 농림수산상의 ‘실언’이 있다. 8선 의원인 그는 지난 18일 사가현에서 열린 자민당 정치자금 파티에 참석해 “쌀을 산 적이 없다. 지원자분들이 많이 주신다. 집의 식품고에 내다 팔 정도로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연호인 ‘레이와(令和)’를 따 ‘레이와의 쌀 소동’이라고 부를 정도로 쌀값 폭등을 겪고 있다. 최근 일본의 쌀값은 5㎏들이 소매가가 4268엔(약 4만977원)으로 지난해보다 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주무 부처 장관이 자신은 공짜로 받은 비싼 쌀을 쌓아 놓을 정도라고 말하면서 화난 여론에 불을 지른 것이다.
에토 농림수산상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며 발언을 철회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이시바 총리 역시 지난 19일 전화로 소명을 들은 뒤 그를 관저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자, 야당이 즉각 반발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등 5개 야당에서 각료 불신임안 제출이 일제히 거론되면서 에토 경질은 급물살을 탔다.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대패해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야당이 불신임안을 제출할 경우 가결될 가능성이 컸다. 다음 달로 다가온 도쿄도의원 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시바 정권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결국 이시바 총리는 하루 만에 그를 경질했다. 이시바 총리는 후임 농림수산상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만나 수의계약을 활용해 비축미를 시장에 푸는 방법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임명 소식을 듣고 관저로 들어가며 기자들에게 “쌀값 급등에 대응해 스피드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6선 의원인 그는 자민당 농림부 회장을 맡은 바 있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선 이시바 총리와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일본 정치권에선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중책을 맡은 만큼 정치적 존재감을 내세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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