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고] 연세대, 양자 컴퓨팅 상용화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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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연세대학교, 양자 컴퓨팅의 혁신과 현실을 이끌다

양자 컴퓨팅 기술이 이론을 넘어 현실 산업과 시장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연세대학교 공과대학의 Multi-scale Fluid Dynamics Lab(MFDL, 이준상 교수)은 국내 최초의 양자 컴퓨팅 인프라 'IBM-Yonsei 플랫폼'을 바탕으로 폐암 조기 진단을 위한 양자신경망 기술을 개발하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의료를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로 양자 컴퓨팅의 활용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양자역학의 기초 개념과 양자 컴퓨팅 기술의 발전 과정, 주요 하드웨어 플랫폼과 사업화 동향, 그리고 연세대 MFDL의 구체적인 전략과 비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양자역학의 출발점 — 확률론과 결정론의 충돌

양자 컴퓨팅은 20세기 초 양자역학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 1900년, 막스 플랑크는 에너지가 연속이 아닌 '양자' 단위로 방출된다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고, 이는 곧 아인슈타인, 보어,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등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의 불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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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제5차 솔베이 회의 전경. 아인슈타인, 보어, 퀴리등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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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의 핵심인 중첩 및 얽힘의 원리

1927년 제5차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며 양자역학의 확률적 성격을 비판했다. 반면 닐스 보어는 불확실성과 중첩 개념을 옹호하며 논쟁을 이끌었고, 결국 양자역학은 본질적으로 확률론적인 이론이라는 '코펜하겐 해석'으로 자리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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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알랭 아스페, 존 F. 클라우저, 안톤 차일링거와 벨 부등식 실험. 이들은 벨 부등식 실험을 통해 양자 얽힘의 존재를 명확히 입증하여 양자역학과 양자컴퓨팅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한편, 양자역학의 핵심 현상인 양자 얽힘에 대해서도 논쟁이 지속됐다. 1935년 아인슈타인과 그의 동료들은 얽힘 현상이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드러낸다고 주장했지만, 존 벨이 1964년 제시한 벨 부등식으로 얽힘의 실험적 검증이 가능해졌고, 존 F. 클라우저, 알랭 아스페, 안톤 차일링거는 이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로써 양자 얽힘의 존재가 명확히 입증되며 이 논쟁은 마무리됐다.

양자 우위, 실현 가능한 미래가 되다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인 중첩과 얽힘을 활용하면 기존 컴퓨터로는 풀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라고 하며, 구글은 2019년 53큐비트 초전도 양자 컴퓨터인 '시커모어(Sycamore)'를 통해 슈퍼컴퓨터로 수천 년이 걸릴 연산을 단 몇 분 만에 수행하며 현실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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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우위와 응용 분야. 양자 컴퓨터는 특히, 암호학 및 보안 기술, 금융 및 최적화 분야, 약물 개발 및 재료 과학 분야에서 특히 큰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 우위는 암호학과 보안 기술, 금융 시장의 투자 및 리스크 최적화, 약물 개발과 재료 과학 분야에서 특히 큰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 컴퓨터가 피터 쇼어의 알고리즘을 통해 기존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며 양자 키 분배 같은 새로운 보안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복잡한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초고속 거래 전략을 양자 알고리즘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며, 제약 및 소재 산업에서는 기존 방식으로는 수년이 걸릴 분자 구조의 분석을 양자 컴퓨터로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제 양자 컴퓨팅은 이론을 넘어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하드웨어 전쟁 — 초전도부터 포토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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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양자 하드웨어 플랫폼의 기술 및 사업화 현황

양자 컴퓨팅의 상용화를 위한 하드웨어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과 IBM은 초전도 큐비트 방식을 선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정성과 오류율 문제가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반면 중성 원자와 이온 트랩 방식은 높은 안정성과 확장성을 바탕으로 금융과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포토닉 방식은 실리콘 공정을 이용한 대량 생산 가능성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큐비트 수 공개가 제한적이라 신뢰성 확보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요라나 큐비트는 이론적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실험적 검증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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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사의 초전도 양자 컴퓨터인 Quantum System One.

이런 다양한 플랫폼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기술의 목적과 응용 분야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연세대의 IBM-Yonsei 플랫폼은 실제 양자 실험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인프라로, MFDL은 이를 통해 다양한 양자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양자 AI로 폐암 진단 정확도 95.8%, MFDL의 양자 기술 사업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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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MFDL이 개발중인 양자 AI 기반 흉부 CT 영상 판독 보조 인공지능 솔루션

이러한 기술적 기반 위에 연세대 MFDL은 양자신경망 기반 폐암 진단 시스템인 Q-LungCDSS(Quantum-Lung 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며 의료 진단 분야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기존 인공지능의 한계를 넘어 CT 영상의 미세한 병변 정보를 양자 상태로 인코딩함으로써 진단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95.8%까지 높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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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DL 실험실 창업 사업화 로드맵

이 기술을 통해 MFDL은 혁신창업실험실로 선정되어 폐암 병기 분류 소프트웨어 시제품 개발과 임상 평가를 진행 중이다. 식약처 인증을 거쳐 국내 시장 진출 후, 미국 법인 설립 및 FDA/CE 인증을 통한 글로벌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MFDL은 소프트웨어를 넘어 자체 양자 하드웨어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현재 이온 트랩 방식 기반의 소규모 양자 하드웨어 실험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큐비트 확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규모 이상 양자 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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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DL의 양자 기술 사업화를 위한 4가지 주요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모델도 다변화했다. 의료 AI 소프트웨어 판매, 라이선싱, 기술이전, 공동연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구축해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며, 연세대학교 창업지원단의 맞춤형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실험실 기술의 실용화와 사업화 영역 확장에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받고 있다.

양자 해석에서 양자 솔루션으로

양자 컴퓨팅이 본격적으로 산업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이 많다. 큐비트의 오류율 문제, 극저온 냉각 시스템 유지에 드는 높은 비용 등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해결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양자 기술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중장기적 투자와 전문 인력 양성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 과제 속에서도 MFDL은 양자 컴퓨팅 기술을 의료 분야에 그치지 않고 유체 해석 등 복잡한 공학 문제에도 접목할 계획이다. 특히 양자역학 기반의 격자 볼츠만 기법(QLBM)을 개발해 기존 시뮬레이션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한국 양자 생태계를 선도하는 기술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양자역학이 더 이상 실험실 속 개념이 아닌, 사회와 산업을 바꾸는 실질적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연세대학교 MFDL의 도전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본 기사의 내용은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이준상 교수의 견해이며 중앙일보사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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