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 경제, 김 안보, 이 과학 공약 부실…탄산 없는 사이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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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책학회와 중앙일보ㆍSBS가 공동으로 주관한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약평가 대토론회가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회 분야 공약평가 세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공약을 두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전민규 기자
“탄산이 없는 사이다 같은 느낌이 듭니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2일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약평가 대토론회’(한국정책학회·중앙일보·SBS 공동주관)에서 복지 공약 토론자로 참석한 최영준(행정학) 연세대 교수가 한 말이다. 그는 “미래 지향적인 공약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선이 12·3 비상계엄 여파와 뒤이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급하게 치러지는 까닭에 주요 후보의 공약이 부실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공약 수준을 넘는 비전을 기대했지만, 비전이라기보다는 그냥 실천 정책 수준”(김봉제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공약 자체가 구체성을 갖고 나온 게 아니라는 한계점”(하현상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등의 지적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정책학회 소속 26명의 교수가 지난달 14일부터 38일간 8개 분과로 나눠 공약을 평가한 결과물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공약이 평가 대상이다. 각 후보의 공약집이 아직 안 나온 만큼 10대 정책공약과 토론회 발언, 언론 인터뷰 등을 토대로 평가했다.
공약 평가단은 이번 대선에서 각 당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인공지능(AI) 공약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재명 후보는 AI 대전환을 통해 ‘AI 3강’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밝히며, AI 민간 투자 100조원 시대 개막과 AI 데이터센터 건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개 이상 확보를 공언했다. 김 후보는 글로벌 최첨단 AI 융합센터 구축, 차세대 AI 원천기술 개발 지원, AI 스타트업 성장 펀드 조성 등을 AI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준석 후보는 별도의 AI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직 변호사는 “공약의 창의성과 혁신성이 떨어지는데, 외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위주로 참고해 온 탓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AI 스타트업 ‘42마루’의 김동환 대표는 “앞으로 AI 고급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공약에 전혀 안 담겨 있다”고 했다.
여러 분야 가운데 이재명 후보의 경제·노동 공약과 김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에 평가단과 토론자의 지적이 집중됐다. 평가단 소속인 우윤석(행정학) 숭실대 교수는 이 후보의 지역사랑상품권을 통한 소비촉진 공약과 관련해 “최근 ‘호텔 경제학’ 이야기도 나왔는데, 문제는 근원적인 경쟁력 제고 없이 지역에 상품권을 뿌린다고 경제가 좋아질 것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준모(경제학) 성균관대 교수는 이 후보의 주 4.5일제 공약에 대해 “유급휴일이 171일로 1년의 절반 이상으로 늘어나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에 대해선 “고위험·고비용 전략이 많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는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고 북핵 위협 가중 시 전술핵 재배치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식 핵공유 추진 등의 북핵 억제력 강화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핵 잠수함 개발, 핵무기 설계 기술 축적 등도 포함됐는데, 평가단은 “국제법적 제약, 대미 협상, 기술적 난제, 갈등 관리 측면에서 상당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공계 출신임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이준석 후보에겐 오히려 과학기술 공약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 후보가 내놓은 국가과학영웅 우대 제도 공약에 대해 평가단은 “우수 인재에 대한 보상에 집중한 접근은 중장기적 인력 양성, 연구 환경 개선, 기초과학 지원 확대 등 보다 근본적인 과제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이 지난 3월 합의한 모수개혁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연금개혁 공약도 주요 평가 대상이었다. 세 후보 모두 10대 정책 공약에 연금 개혁을 담았다. 이재명 후보는 군복무 크레디트(병역의무 이행 시 연금 가입 기간 인정) 제도 확대 등을, 김 후보는 청년 주도적 참여 2차 개혁 등을, 이준석 후보는 신·구 연금 분리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는 후보들의 공약이 “전반적으로 파편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이준석 후보 공약에 대해선 “파격적이긴 하지만 실행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선 정책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콘텐트 제작사 ‘테오(TEO)’의 이동찬 이사는 국가균형발전과 콘텐트 제작 진흥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정책을 제안했다. 이 이사는 “지역에 가서 촬영할 경우 제작사의 비용 부담이 크다”며 “미국도 조지아주나 LA가 자신의 지역에서 촬영하면 제작비를 줄여주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균형발전 취지에서도 지역에 가서 콘텐트 제작을 할 땐 제작비나 지역에서 쓴 돈을 환급해 주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정인(경제학) 중앙대 교수는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해서 재난에 대비하자는 김 후보의 공약에 대해 “경험과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 실질적으로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부서를 격상하는, 예를 들어서 산림청을 산림부로 격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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