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 ‘나랏빚 무식’ 발언에…전문가 “한국은 미국·일본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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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성북구 한 도로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과감한 확장 재정 정책을 공약하면서 ‘나랏빚’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이 후보는 인천 유세에서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한국 국가부채가 50%가 안 되는데 다른 나라는 110%가 넘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코로나19 때 경제가 죽으니까 다른 나라는 국가총생산(GDP)의 10~20% 가까이 빚을 지면서 국민을 지원했다”며 “우리만 국민한테 공짜로 주면 안 된다는 희한한 생각 때문에 돈을 빌려만 줬다”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4월 재정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이 후보 말처럼 올해 예상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미국(122.5%)·일본(234.9%)·프랑스(116.3%) 모두 110%를 넘겼다. 반면에 한국은 절반 수준인 54.5%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달러·엔화·유로 등을 쓰는 기축통화국인 선진국과 한국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기축통화국은 유사시에 자국 돈을 찍어 나랏빚을 갚을 수 있어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축통화국은 자국 통화의 국제적 수요가 있어 채무가 많아도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저금리로 국채 발행도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비기축통화국은 국가채무가 늘면 신용등급이 강등돼, 자본 유출이 커져 국가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비기축통화국만 비교할 때 한국의 국가채무는 규모나 증가 속도 면에서 이미 상위권이다. 올해 한국의 부채 비율은 11개 비기축통화국가의 평균(54.3%)을 넘었다. 싱가포르(174.9%), 이스라엘(69.1%), 뉴질랜드(55.3%)에 이어 4번째로 높다. 특히 빚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한국의 부채 비율이 향후 5년간 4.7%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체코(6.1%포인트) 다음으로 빠르다.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국가가 빚을 늘리지 않아 자영업자의 부채가 늘었다는 이 후보의 주장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9년 723조2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잠정) 1175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연평균 11.7%씩 늘어난 것인데, 국가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10%포인트 이상 확대했다. 문재인 정부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재정 확장을 펼친 결과다.
문제는 앞으로다.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예정된 한국은 세금을 낼 경제활동인구는 줄고, 부양해야 할 노인층은 많아진다. 가만히 있어도 국가채무는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필수 복지나 연금 등에 쓰여 줄이기 어려운 의무지출은 올해 368조원으로 정부 총지출의 절반이 넘는 5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의무지출 비중은 5년 뒤 정부 총지출의 57.8%까지 육박할 전망이다.
다만 내수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이 후보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후보 발언은 나랏빚을 늘리자는 게 아니라, 재정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라며 “여유가 있는 국가가 국민의 부담을 우선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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