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재생 강국’ 스웨덴도 45년만에 원전…탈원전 접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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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을 외치던 유럽의 원전 회귀 움직임이 가팔라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강국 스웨덴이 45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서고 벨기에도 22년 만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한 데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원자력을 주목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의회는 21일(현지시간) 신규 원전 건설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스웨덴 정부는 5000㎿ 규모의 원전 4기 또는 동일한 규모의 소형모듈형원자로(SMR)를 건설해 2035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스웨덴 원전계획위원회는 신규 원전 건설에 약 380억 달러(약 52조원)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스웨덴의 탈원전 역사는 40년이 넘는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듬해 국민투표로 원전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 현재 가동 중인 6기의 원자로는 1970~80년대 건설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후 현실화한 에너지 수급 불안은 스웨덴도 피할 수 없었다. 2022년 집권한 우파 연립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규 원전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20년 동안 원전 10기를 새로 짓겠다는 구상이었다.

다른 유럽 국가도 탈원전 기조에서 180도 선회 중이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5%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화력 대신 원전을 늘려 이를 달성하려 한다.

2003년 탈원전을 선언했던 벨기에는 지난 15일 의회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로 신설 허용 법안을 통과시켰다. 덴마크는 SMR 도입을 논의 중이고, 이탈리아도 지난 3월 원자력 기술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마지막 원전이 폐쇄된 지 25년 만의 일이다. 최근 대규모 정전을 겪은 스페인도 원전 폐쇄 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원전이 없는 크로아티아도 SMR 도입에 나섰다.

탈원전했던 독일도 원전 재가동에 시동을 걸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EU 차원에서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려는 프랑스의 움직임을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유럽의 원전 확대 움직임은 한국에도 기회다. 관건은 정부 정책의 연속성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도 수출은 막지 않았지만, 탈원전 기조로 원전 생태계가 많이 훼손됐다”며 “차기 정부는 안정적인 원전 생태계 구축과 기술 개발로 원전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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