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언론의 자유" "가짜뉴스 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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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는 기사를 쓴 스카이데일리 소속 기자 허모씨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는 허위 사실을 보도한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이를 두고 가짜 뉴스에 대해선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더불어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제재가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 기자 허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범죄 혐의에 대해 법리적 다툼이 있다”는 게 기각 사유다.

이 부장판사는 또 강제수사 등을 통해 물리적 증거 자료가 상당 부분 수집된 점 등을 들며 허씨를 구속해야 할 필요성 내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는 허위 신고, 허위 진술, 증거 조작 등 거짓말로 공무원을 속여 업무를 방해한 경우 성립한다. 이때 구체적인 공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한 지경에 이르지 않고 미수에 그친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법무법인 H&K 이강혁 변호사는 “존재 여부가 의심스러운 취재원의 말을 인용해 반복 보도했고, 정정 보도 기회도 있었지만 이를 외면했다”며 “구속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지만,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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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복장의 안모(42)씨는 14일 중국대사관에 난입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건조물 침입 미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사진은 지난 2월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의 모습. 연합뉴스

허씨는 지난 1월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해외 정보기관의 가짜 신분증을 내세운 이른바 ‘캡틴 코리아’ 안모씨를 취재원으로 해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계엄군과 미군이 선거연수원을 급습, 중국인 간첩 99명 신병을 확보했단 취지의 내용을 보도했다. 선관위와 주한미군사령부, 경찰 등은 모두 해당 보도에 대해서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스카이데일리의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보도는 중국 정부 부정선거 개입이란 음모론으로 확산됐고, 지난 1월 16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해당 보도가 인용되기까지 했다. 이후 스카이데일리 측의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고, 문제가 된 기사는 여전히 삭제되지 않은 상태다.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보도 당시 진실 여부가 불확실했다고 하더라도 추후 선관위나 미군 측 반론을 반영하거나 후속 취재를 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했는데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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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관련 그래픽 이미지. 중앙포토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헌법상 의사 표현의 자유 있다고 하더라도 민주적인 질서를 훼손하는 가짜뉴스를 헌법적 의사 표현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수사를 통해 법적인 근거가 갖춰진다면, 가짜뉴스를 생산한 언론사도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이 인터넷상 허위 정보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주요 플랫폼에 허위 정보 확산 방지 의무를 부여하자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언론에 대한 성급한 제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단 의견도 있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 만큼 섣부른 규제는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언론의 ‘유튜브 화’를 막기 위해선 자정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향 교수는 “언론 간 상호 검증을 철저히 하고, 검증되지 않은 논쟁적 주장을 여과 없이 인용 보도하는 등의 관행을 개선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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