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4년째 철도요금 동결인데...코레일 보며 더 속 타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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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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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설 명절 연휴를 앞둔 24일 서울 서초구의 고속버스터미널 출발장 모습. 뉴스1

 고속열차인 KTX와 일반열차인 ITX-새마을, ITX-마음 등의 요금은 지난 2011년에 인상된 게 마지막이다. 무려 14년째 요금이 조금도 오르지 않고 동결된 상태다.

 그 사이 소비자물가지수는 27%, 고속버스 요금 21%, 최저임금은 128.2%가 각각 올랐다는 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반면 코레일이 한해 납부하는 전기요금은 182.5%(2051억원→5796억원)나 증가했다. 누적부채도 21조원으로 이자만 연간 4130억원에 달한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영업적자는 많이 줄였지만 최근 4년간 50% 이상 상승한 전기요금 부담과 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비용의 영향으로 재무건전성에 한계가 왔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게다가 코레일로서는 곧 다가올 KTX 초기차량 교체사업에 소요될 비용 5~6조원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30년인 내구연한을 고려하면 2027년에는 발주 및 계약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며, 교체대상은 모두 46편성이다.

 그래서 코레일은 정부에 철도요금을 최소 17%는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철도요금은 정부가 운임 상한을 정하면 그 범위 안에서 인상이 가능하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적정 수준의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물가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유보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재부가 찬성하지 않는 한 요금을 올리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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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등 철도 요금이 14년째 동결되면서 코레일이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 때문에 코레일로서는 상당히 답답한 상황이다. 비용은 계속 늘어가는 데 요금이 제자리이다 보니 경영의 어려움이 큰 탓이다. 그런데 14년째 이어지는 철도요금 동결을 보면서 코레일 못잖게 속이 타는 의외의 업종이 있다.

 바로 ‘고속버스’ 업계다. 얼핏 코레일은 철도를, 고속버스 업계는 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별 상관이 없을 듯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고속버스조합)에 따르면 고속버스는 1990년엔 연간 수송 인원이 7600만명에 달할 정도였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이 인원이 1900만명까지 줄어들었다. 1990년보다 무려 75.2%나 감소한 것이다.

 6년 전인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도 고속버스의 어려움은 수치로 명확히 확인된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송 인원은 연간 약 3200만명을 넘었지만 거치는 동안 최대 50%까지 줄었고, 현재는 33%가량 감소한 상태다.

 매출액도 줄어들어 2019년 한해 5851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말엔 25% 가까이 감소한 4402억원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경영난이 가속화 화면서 감차와 노선 폐지도 이어지고 있다. 고속버스 보유 대수는 2019년 2011대였으나 현재는 1450대로 2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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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고속버스 업계에선 이러한 승객 감소와 경영난의 주된 요인으로 KTX를 꼽고 있다. 2004년 KTX가 개통하고 운행 노선이 증가하면서 고속버스 승객이 대거 철도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고속버스조합 관계자는 “2003년과 20년 뒤인 2023년을 비교하면 철도는 수송 인원이 55%가량 늘어난 반면 고속버스는 45% 가까이 줄었다”며 “기존의 고속버스 이용객 중 상당수가 속도 빠른 KTX 등으로 갈아탄 것”이라고 말했다.

 14년째 동결된 철도요금도 고속버스 업계로서는 큰 골칫거리다. KTX가 고속버스보다 소요시간과 정시성이 상대적으로 우위인 상황에서 요금도 별 차이가 없다 보니 고속버스의 경쟁력이 더 떨어진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서울-부산 구간을 비교하면 소요시간은 KTX가 평균 2시간 40분, 고속버스가 4시간 정도 된다. 그런데 요금은 KTX 일반실이 5만 2800원이고, 고속버스는 프리미엄 기준으로 4만 6800원으로 가격 차가 6000원가량밖에 안 된다.

 평균적으로 1시간 20분 정도 빠르게 도착하는 데다 요금도 6000원 차이밖에 안 나다 보니 대부분 KTX를 이용한다는 진단이다. 게다가 정기승차권, 경로할인, 다자녀가구 할인 등 코레일의 각종 할인제도도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게 고속버스조합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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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업계에서는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의 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최근 고속버스조합에서 각 광역시·도에 고속버스에도 경로할인을 도입하겠다고 먼저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할인에 따른 차액을 지자체가 지원해달라는 조건이 달렸지만, 경로할인을 하면 향후 노인 승객이 20~30%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물론 이러한 제안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대부분의 지자체로서는 전에 없던 지원금 부담이 새로 생기기 때문에 쉽게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도 고속버스업계에서 얼핏 제살깎아먹기처럼 보이는 방안까지 제시한 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박근호 한국운수산업연구원장은 “시외버스 가운데 면허권이 시·도지사에게 있는 직행과 일반은 지자체에서 일부 재정지원이 있지만, 국토부장관이 면허권을 가진 고속버스는 아무런 지원이 없는 탓에 경영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버스업계에서는 ▶적자노선에 대한 재정지원 ▶우등고속버스의 부가세 면제(현재는 일반고속만 적용)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고속버스 차령 연장(현재 최대 11년)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익성은 없지만 꼭 필요한 적자 노선은 정부가 재정 보조를 하는 등 지원책을 강구하되, 업계도 경쟁력이 낮고 대체수단이 많은 노선은 과감히 정리하는 등 자구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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