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건축 시계 빨라진 목동…토허제에도 33억 신고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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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4개 단지 중 처음으로 조합 설립 인가 승인을 받은 6단지 모습. 뉴시스
지난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2단지 95㎡형은 26억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직전 거래인 열흘 전보다 1억4000만원 오른 액수다. 연초와 비교하면 4억원가량 올랐다. 같은 단지 144㎡형은 지난 16일 33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4월 초보다 2억4000만원 올랐고, 목동 집값이 들썩였던 2018년과 비교하면 14억~15억원 상승했다.
1985~88년 지어진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재건축 시계가 빨라지면서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5년째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에 묶여 있는데도, 올해 들어 거래량이 급증하며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거래량은 39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7건)보다 184.7% 증가했다. 목동 소재인 1~7단지(69→178건), ‘뒷단지’로 불리는 신정동 소재 8~14단지(68→212건) 모두 거래량이 세배 안팎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목동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탄탄한 학군 수요에 더해 재건축이 가시권 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14개 단지, 2만6600가구 규모인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10여 년 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안전진단 규제와 사업 방식을 둘러싼 조합원 간 갈등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그러다 2023년 초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되며 본격 시동이 걸렸다. 이후 지난해 2월 11단지를 마지막으로 모든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호재도 이어졌다. 지난해 말 1~3단지의 '종상향' 문제가 해결됐다. 상대적으로 저층 비율이 높은 1~3단지는 다른 단지와 달리 3종이 아닌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됐다. 2종은 지상 최고 15층으로 높이가 제한되지만 3종은 제한이 없다. 양천구는 반발하던 주민들과 오랜 협의 끝에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1~3단지를 2종에서 3종으로 올렸다.

정근영 디자이너
지난 23일엔 6단지가 처음으로 조합 설립 인가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정비구역 지정 후 9개월 만이다. 통상 정비구역 지정 후 조합 설립 인가까지 평균 3년 9개월이 걸리는데, 6단지는 추진위원회 구성 단계를 생략한 '조합 직접설립제도'를 활용했다. 그만큼 재건축 속도가 빨라지는 셈이다. 또한 지난 22일엔 8·12·13·14단지에 이어 4·10단지도 정비 구역 지정이 완료됐다. 다른 단지도 연내 지정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모든 단지 재건축이 완료되면 이곳은 5만 가구 이상의 미니 신도시급으로 탈바꿈한다. 이르면 2032년, 늦어도 2033년부터 입주가 시작될 전망이다. 예상보다 1~2년 빠른 속도다.
그러다 보니 역대 최고가 거래도 줄을 잇는다. 지난달 말 목동신시가지 1단지 154㎡형은 한 달 새 3억원 오른 34억5000만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비슷한 시기 7단지 89㎡형은 평당(3.3㎡) 1억원에 육박하는 26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목동에 있는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엔 단지를 불문하고 최근 거래에 대한 실거래가가 공개되는 즉시 호가가 1억~2억원씩 오른다"고 전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6단지 재건축 조감도. 양천구 제공
다만 재건축 탄력이 붙은 목동 집값 상승이 지속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매물이 줄고 있는 것은 단기적인 상승 요인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5일 기준 목동(710건)과 신정동(1333건) 아파트 매물은 열흘 전보다 각각 5.2%, 2.2% 줄었다. 신정동에 있는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고가가 이어지면서 일부 집주인들이 추가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목동 재건축 단지의 윤곽이 대부분 완료되면서 최근 3개월간 신고가가 이어졌다"며 "5월부터는 거래가 다소 주춤하지만 당분간 재건축 진행 기대감으로 가격은 오름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목동은 2021년 4월부터 토허제에 묶여 있다. 갭투자가 불가능하고 아파트를 사면 최소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학군·재건축 수요가 풍부해도 집값이 과열되면 매수세가 꺾일 수 있다. 김태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토허제가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파트값 상승이 지속된다면 매매가 크게 증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자금 여력이 풍부하고 실거주할 수 있는 수요자들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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