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해리스 전 美대사 "주한미군 줄어도 동맹 여파 없어…통합적으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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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규모가 감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72년 된 한·미 동맹이 약화하진 않을 겁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해리 해리스 전 대사는 30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에서 열린 ‘제20회 제주포럼’을 계기로 기자들과 만나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한다면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이 직면한 안보 과제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가 30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회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해리스 전 대사는 "주한미군 병력이 감축된다 하더라도 유사시 일본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신속히 이를 증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공약에 부정적인 여파는 없을 것"이라면서다. 또 "전 세계에 단 5개뿐인 미국의 양자 방위 조약은 한국·일본·호주·필리핀·태국 등 모두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주한미군 감축설에 대해 한·미는 즉각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 보도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함께 아시아 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를 찾은 두 명의 미 고위 국방 당국자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가장 잘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주둔군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배치된 병력의 감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어 "대만, 북한, 중국, 러시아 문제를 따로 볼 수 없다"며 "인도·태평양 전체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holistic view)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에 대한 야망을 조만간 접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나는 2018년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내가 틀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대화로 이끌 '카드'에 대해 해리스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독특한(unconventional) 인물"이라며 "그는 김정은을 세 번이나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고 북한 주민에겐 언제나 더 나은 삶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시절 2018년 6월(싱가포르), 2019년 2월(베트남 하노이), 2019년 6월(판문점)에 걸쳐 세 차례 김정은과 만났다.

30일 오전 서귀포시 중문동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대사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해리스 전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주한 미국 대사로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관여했던 경험에 비추어 "양국이 재협상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최근 언론을 통해 실체가 공개된 미 국방부의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Interim National Defense Strategic Guidance)을 거론하며 "트럼프는 분명히 동맹에 더 많은 기여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미는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막바지인 지난해 10월 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타결했다. 내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 원으로 책정하고, 이후 2030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올리는 방식이다. 사실상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 내내 협정을 제도화해놓는 '알박기' 성격의 합의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SMA는 의회 승인이 필요 없는 행정 명령이라 이론적으로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
한편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해리스 전 대사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매우 순진한(naive) 것"이라며 "한국이 이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 간에 엄연히 협정(agreement)이 있는데도 중국은 최근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고 철제 구조물을 들여놨다"면서다.
앞서 중국은 최근 한·중 간 해양 경계가 획정되지 않은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군사훈련을 예고했다. 또 앞서 PMZ에 2018년과 2022년, 지난해에 걸쳐 세 개의 구조물을 무단으로 설치했는데, 이를 PMZ 밖으로 철거하라는 한국 정부 요구에도 줄곧 응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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