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묻고 또 묻다...아이디어는 어떻게 예술로 완성되는 걸까[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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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예술이라는 일
애덤 모스 지음
이승연 옮김
어크로스

잡지 편집장이 예술가들을 인터뷰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우리는 비슷한 책을 몇 번은 구경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책 『예술이라는 일』은 조금 다르다. 질문하는 사람이 지금 신참 화가가 되려는 중이기 때문이다.

찾는 답은 구체적이다. ‘어떻게 작품이 되는가?’ ‘막힐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문제들을 현역 예술가들이 어떻게 해결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부가적으로, ‘그들도 나만큼 고생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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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스케치. "이랬던 것이 어떻게 해서" 책의 다음 페이지에 이어지는 사진에 보이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완성됐을까. [사진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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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빌바오 [사진 어크로스]

지은이 애덤 모스(1957~)는 미국의 언론인이자 화가이다. 뉴욕의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나 오벌린 칼리지를 졸업했다. '뉴욕 타임스 매거진'을 거쳐 2004년 격주간지 '뉴욕'의 편집장에 취임했다. 그가 재직하던 15년 동안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문화 잡지로 떠오르며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의 최다 수상자가 됐다(41회). 2019년 모스는 편집장에서 퇴임했다. 화가의 길을 걷겠다는 거였다. 그 선택이 던져 준 어려움이 이 책의 주제이다.

화가 카라 워커,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 사진가 그레고리 크루드슨, 소설가 조지 손더스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행한 인터뷰 43편이 실려 있다(2인조와의 인터뷰들도 있어 실제로는 48명). 이들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최초의 스케치, 초안, 발전 과정을 꺼내서 보여준다. 그걸 우리도 본다. 완성작도 보여준다. 모든 페이지에 컬러 도판이 있어, 글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한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창작은 마법이 아니며 제기된 문제의 해결이라는 점에서 우리 생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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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린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 인터뷰 페이지.왼쪽 사진은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촬영현장에서 주연 배우 빌 머리(오른쪽)와 함께인 코폴라 감독. [사진 어크로스]

아이디어와 완성된 작품이 전혀 닮지 않은 경우는 많다. 이는 어느 순간 처음부터 다시 했다는 뜻일 뿐이다. 걸핏하면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그런 일을 태평히 즐기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게 예술이다. 예술가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완성될 때까지 끝없이 참는 사람이다. 『디 아워스』로 퓰리처상을 받은 마이클 커닝햄은 탈고한 소설을 파트너에게 보여줄 때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 책이 별로라고 할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야. 마지막 1/3을 다시 써야 한다고 나를 설득하지 않기를 바라는 거지.”

모스는 결국 비법을 얻지는 못한다. 예술가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내야 할 뿐이다. 그것은 예술이 한 가지 해답이 아닌 수많은 해답을 허용하는 복수성의 세계라는 뜻도 된다. 아름다운 결론이다. 하지만 이것은 예술가 48명의 인터뷰집을 처음 펼칠 때부터 다소 예상할 수 있는 결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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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폴라 감독 인터뷰 페이지. 왼쪽 위는 마네의 1863년 그림 '풀밭 위의 점심 식사', 아래는 1981년 바우 와우 와우의 앨범 표지. 오른쪽은 코폴라의 영화 '마리 앙트와네트'의 스틸이 실려있다. [사진 어크로스]

읽다 보면 저자가 결코 발설하지 않는 질문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나는 이 일을 할 자격이 있을까?’ 이 심연과 같은 질문이 이 책에 개인적인 차원을 부여하고, 얼핏 친구들과의 대화 같은 이 책을 한 권의 작품이 되게 한다. 저자가 천재들의 신비주의를 배격하고 싶었던 이유는 쉽게 이해된다. 그러나 그도 소피아 코폴라의 이런 말을 막지는 못한다. “엉망진창인 상태로 보이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그림이 되어 있는 거예요.” 오랫동안 그런 기적을 뜻하는 말이 예술이었다. 이 정도의 신비주의라면 조금 의지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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