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400m 계주 아시아선수권 金…"젊은 선수들 선의의 경쟁으로 기록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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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정상에 선 육상 남자 400m 계주팀. 왼쪽부터 나마디 조엘진, 서민준, 이준혁, 이재성. 연합뉴스

한국 남자 육상이 400m 계주에서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난달 31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2025 아시아육상선수권 결선에서 38초49로 우승했다. 주요 국제대회에서 이 종목 첫 금메달이다. 또 38초49는 한국 신기록이자 대회 신기록. 일본이 참가하지 않았지만, 단거리 강자 중국과 태국을 모두 제쳤다. 무엇보다 평균 나이 22세의 젊은 선수들의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겨뤄 정상에 올랐다는 게 수확이다.

400m 계주 국가대표팀은 지난달 치러진 단거리 선발전을 통해 새로 구성됐다. 이준혁(24·국군체육부대), 이재성(24·광주광역시청), 서민준(21·서천군청), 나마디 조엘진(19·예천군청).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뤘다.

각자 특기와 장점이 있다. 운동선수 출신 나이지리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나마디 조엘진은 탄력 있는 근육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스피드가 장점이다. 이번 결선에서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조엘진은 기대한 대로 선두 경쟁을 펼치던 중국 선수를 제치며 선두를 견인했다. 첫 번째 주자 서민준은 스타트가 좋다. 하경수 육상 단거리 국가대표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자기보다 더 빠른 선수들을 상대로 (스타트에서) 대등하게 나왔다.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성은 주니어 시절부터 ‘될성부른 나무’로 국가대표로 뛰어 국제대회 경험이 많다. 앵커 이준혁은 4명의 선수 중 개인 최고 기록(10초18)에서 가장 앞선다. 결선 네 번째 주자로 나선 이준혁은 마지막 스퍼트에서 개인 최고 기록 10초09를 자랑하는 태국의 푸리폴 분손(19)과의 레이스에서 밀리지 않았다.

김건우(45) KBS 육상 해설위원은 “(단거리) 선수들 개인 기량이 올라오다 보니까 계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며 “김국영 선수 전성기 때는 10초 초반을 뛴 선수가 독보적이었는데, 요즘은 10초1~10초2 기록을 가진 선수가 여러 명이다. 이런 선수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기록이 단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국영(34·광주광역시청)이 2017년에 기록한 100m 10초07 기록은 여전히 한국 기록으로 남아 있다.

앞서 치러진 100m 경기에서 한국(서민준, 나마디 조엘진)은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이 점도 계주에서 분발을 끌어냈다는 시각이다. 김 위원은 “젊은 선수들이 오랜만에 안방에서 치러진 국제대회에 나갔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 계주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마음먹게 했을 것“이라며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 가진 힘에 비해 성장을 덜 한 상태다. 앞으로 훈련을 통해 보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수들 자신도 ‘선의의 경쟁’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맏형 이준혁은 대회를 마친 후 “100m는 개인 종목이지만, 계주는 단체전이다.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개인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팀 단합이 잘 되면서 계주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대회에 나설 때마다 한국 신기록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달리기 열풍과 SNS 등도 Z세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 감독은 “보통 국내에서 대회를 치르면 육상 관계자들만 있다. (구미대회처럼)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르는 게 처음이다. 그런 점이 선수들에게 자극이 됐다”며 “전엔 매스컴에 자주 나오면 걱정을 먼저 했는데, 요즘 젊은 선수들에겐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계주 대표팀은 지난 10일 중국 광저우 세계육상릴레이선수권에서 한국 기록을 두 번 경신했다. 구미 대회까지 한 달 새 한국 기록을 세 차례 갈아치웠다. 특히 구미에선 38초5 벽을 깨며,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서 기대를 갖게 했다. 2023년 항저우 AG에서 한국은 38초74로 동메달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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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기록을 쓴 여자 육상 400m 계주팀. 왼쪽부터 김소은, 강다슬, 이은빈, 김다은. 대한육상연맹

여자 400m 계주팀도 이번 대회 결선에서 44초45로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이은빈(19·해남군청), 김소은·김다은(22·이상 가평군청), 강다슬(33·광주광역시청)로 팀을 짠 여자 대표팀은 11년 만에 종전 기록(44초60)을 0.15초 앞당겼다. 올해 고교를 졸업한 이은빈과 쌍둥이 자매 김소은·김다은이 유망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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