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법원 판결 후 트럼프 관세 '강경모드'에 부담커진 새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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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워싱턴 디시(D.C)의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열린 취임 퍼레이드에서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 등 화석연료 생산·소비를 부추기는 여러 행정명령들에 서명을 하고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연방 법원의 판결 이후 더욱 강하게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선 이후 미국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한국 새 정부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파트너들에게 오는 4일까지 ‘최상의 제안(best offer)’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관세 협상국에 보낼 서한의 초안을 로이터가 입수했는데,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협상 상대국에 이 같은 요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매체에 따르면 서한에는 제안을 받은 미국이 며칠 안에 상호 관세율을 포함한 ‘합의 가능한 지점(a possible landing zone)’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법원에서의 상호 관세 조치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다른 강력한 법적 근거에 따라 이 관세 프로그램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 문제에 대한 논의(관세 협상)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일종의 경고도 담겼다.

미국이 합의를 독촉하는 서한을 마련한 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트럼프 관세 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내에서 더딘 관세 협상 속도에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내뺀다(Trump Always Chickens Out)’며 ‘타코(TACO)’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등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9일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 이후 중국을 포함한 19개 주요 교역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아직 합의에 이른 국가는 영국(5월 8일)뿐이다.

여기에 지난달 28일 미국 연방국제무역법원(CIT)이 1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판결한 것도 입지를 좁히고 있다. 워싱턴DC 연방법원도 이튿날 교육용 장난감 업체 2곳이 낸 상호관련 소송에서 관세 부과를 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초 법원의 잇단 제동에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 기조를 다소 완화할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에 항소로 대응하는 동시에 상대국에는 합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 판결 이후 “중국이 미국과 맺은 무역 합의를 어겼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철강에 대한 품목 관세를 오는 4일부터 기존 25%에서 50%로 올리는 조치 등을 연이어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이 관세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리면 다른 나라들이 ‘반미 관세’로 미국을 인질로 잡도록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경제적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법원 판결이 트럼프 대통령을 오히려 ‘자극’하면서 4일 출범하는 한국 새 행정부의 부담도 더 커졌다. 지난 4월부터 이어온 협상이 아직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한 가운데, 상호관세 유예기간인 7월 8일 내 협상 마무리를 목표로 한 ‘줄라이패키지(7월 패키지)’ 성사도 불투명해져서다.

지난달 대미(對美) 수출이 1년 전보다 8%가량 감소하는 등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고, 미국이 “유예는 없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어 상호관세 ‘유예 기간의 유예’를 요청하는 등 방식으로 시간을 끌기도 쉽지 않아졌다.

일본·인도 등이 미국과 협상에 속도를 내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G7 정상회의(15~17일)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24~25일)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회담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양측 장관급 협상은 3주 연속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미국과 인도 간 합의를 머지않아 보게 될 것이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미국의 요구사항 가운데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규제 완화와 같은 비관세장벽 완화 등 국민 정서에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자칫 집권 초기에 예기치 못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줄라이 패키지’의 유예가 가능한지 여부부터 타진하는 게 급선무”라며 “정책 우선순위를 미국과 관세 협상에 두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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