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당 집권하면 집값 오른다? 징벌적 규제보다 공급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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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격이 오른다고 굳이 압박해서 낮출 필요가 있겠는가. 세금을 (부동산) 제재 수단으로 사용하면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이다. 6·3 대선 닷새 전인 지난달 29일 유세 현장에서다. ‘다주택자 규제’과 ‘징벌적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다 실패한 과거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집값을) 무리해서 누르면 누를수록 더 많이 오르는 이상 현상을 유발하지 않겠다”며 ‘안정적인 부동산 정책’을 강조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는 단기적 수요 자극보다는 중장기적 제도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시장 흐름을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안정적인 부동산 정책'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이는 공약에서도 확인된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핵심 공약은 ‘초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 억제 중심에서 중산층·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 중심의 주거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속한 주택 인·허가 제도 도입 ▶신축 수요에 방해되는 고분양가 문제 해소 방안 마련 ▶재개발·재건축 절차 및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을 해법으로 내세웠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지난 정부 땐 매우 많은 주택(250만 가구) 공급을 약속했지만 실현되지 않아 정책 신뢰성을 잃었다”며 “새 정부는 실현 가능하고 구체적인 공급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은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 후속 조치를 조속히 추진하고, 서울 및 수도권 핵심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용적률 상향, 인·허가 간소화, 특별정비구역 지정 등 행정·제도적 수단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주택 공급'을 강조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대형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뉴시스
당장 대출 규제를 풀 가능성은 작다. 공약을 통해 ‘가계부채 총량의 안정적 관리 기조를 확립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7월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기존 대출 규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지정 가능성도 크지 않다. 양지영 수석은 “이 대통령이 밝힌 정책 방향은 공급 확대와 시장 안정”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명백한 거래 억제 수단인 토허제 확대 지정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집값 상승세가 강해지고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는 국면이 되면 토허제와 세제 규제 등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5월 종료되는 다주택자 중과 유예를 연장할 것인지, 지난 정부 때 폐지를 추진했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공시가를 시세의 90%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을 손볼 것인지도 주목된다. 주택·주거 정책을 총괄할 국토교통부 장·차관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내세운 ‘4시 신도기 건설’은 밑그림이 나오는 데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실제 민주당 공약집에도 4시 신도시는 빠졌다. 1기 신도시 이주 대란 우려가 나오고, 3시 신도시 일정이 지연되는 마당에 4기 추진은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성’을 강조한 주거 정책은 강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고품질 공공임대주택과 공공임대 비율 단계적 확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활성화 ▶생애주기 맞춤형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주거 복지 차원에서 월세 세액공제 대상자 확대, 1인 가구와 청년·신혼부부·고령자 등을 위한 주거 대책도 공약에 포함됐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다만 공공주택을 포함한 주택 공급 대책은 시차를 고려할 때 당장 성과를 내기 힘들다. 때문에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은 정책보다 금리·경기 등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론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상방 요인으로 ▶주택공급 부족 우려 ▶실수요자 중심의 수요 회복 조짐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 등을 꼽는다.
하방 요인은 ▶미분양 증가와 분양 시장 부진 ▶경제성장률 둔화 등 경기 부진 ▶3단계 스트레스 DSR 등 대출 부담 ▶건설사의 신용 위험 확대 등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지역 가격 강세, 수도권 중심의 실수요자 유입, 지방 시장 위축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초양극화와 건설 경기 침체, 수도권-지방 간 공급 불균형, 3기 신도시 등 재개발·재건축 지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함영진 랩장은 “특히 위축된 지방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미분양 매입 확대,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장은 “국내총생산의 15%를 차지하는 건설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침체된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해 특단의 대책과 과감한 규제 개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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