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조직화된 설계사 대리시험…결국 보험협회가 고소, 73명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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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당시인 지난 2020년 4월 서울 서경대 캠퍼스 야외운동장에서 손해보험 설계사 자격시험이 치러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중앙포토

보험설계사 자격 시험 희망자를 모은 뒤 이들을 대신해 현직 설계사에게 대리 시험을 치게 한 혐의로 법인보험대리점(GA·General Agency) 대표 등 보험업계 종사(희망)자 73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4일 경찰과 손해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자격시험 주체인 보험협회에 대한 업무방해, 주민등록증 등 공문서부정행사, 보험업법 위반 등 혐의로 업계 10위권 GA 대표 A씨 등 73명을 지난 4월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불구속 송치했다. GA는 한 보험사에 속하지 않고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분석해 판매하는 대리점을 의미한다.

A씨 등은 지난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주관하는 보험설계사 자격시험 응시자를 모으고 시험 합격 경험이 있는 현직 설계사들에게 대리시험을 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시험 응시료는 1회당 2만원인데, A씨 등은 대리시험을 쳐주면서 10만~15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대리시험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크게 본 건 아니지만, 자격을 갖추지 못한 보험설계사를 양산하고 자격시험의 공정성을 해쳤다는 판단 아래 대리시험 응시자, 명의자, 알선자에 참고인까지 100여 명을 전부 수사해 전모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10월 양 보험협회의 고소였다. 고소에 앞서 지난해 9월 대형 손해보험사 소속 설계사 시험 응시자가 카메라 펜을 사용하다가 감독관에게 적발되는 일이 있었다. 보험설계사 시험은 개인 자격으로는 응시할 수 없고 보험회사나 GA에 소속된 뒤 응시할 수 있다. A씨가 운영하는 GA는 업계 10위권의 대형 법인으로 신규 보험설계사를 다수 양성해야 영업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 때문에 A씨가 대리시험도 불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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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본관과 수사동 전경. 손성배 기자

수사 결과 각 시험장에서 신원 조회절차가 미흡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부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시험 응시 제한 기간이 1년으로 짧고, 자격 박탈 등 강력한 제재가 없어 대리시험이 만연했던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수사팀 관계자는 “설계사 대리 시험은 형사 처분만으로 근절되지 않을 업계의 만연한 문제”라며 “대리 응시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대형 GA를 대상으로 하반기 내부통제 워크숍을 개최하고 영업질서 저해 행위와 설계사 자격시험 부정행위를 근절할 수 있도록 제재 수준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GA의 실적 몰이식 영업 행태를 바로잡고 보험사까지 관리 책임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는 사례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황이 악화하자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모집관리 업무 지침을 개정해 설계사 시험 응시제한 및 부정행위 제재 기준을 강화했다. 대리시험으로 적발된 경우 신청자, 행위자, 대리 응시자, 유치자(알선자)에 대해 해당 시험을 무효 처리하고 3년간 응시 제한한다. 또 부정행위에 대한 형사고소 원칙 관련 규정을 명문화하고 전국 시험장에 CCTV 등을 확충하고 시험장 규모에 따라 감독 인력도 교시 당 3인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보험협회 관계자는 “설계사 자격시험 부정행위는 검증되지 않은 설계사의 시장 진입으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앞으로도 자격시험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부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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