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고] 해상초계기 노후화·전력 부족 해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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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9일, 15년 동안 대한민국 영해를 지켜온 해상초계기 P-3CK 917호기가 추락하여 박진우 중령, 이태훈 소령, 윤동규 상사, 강신원 상사, 네 명의 승무원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였다. 공교롭게도 사고가 발생한 시각에 해군과 방위산업 관계자들,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집중된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이 한창 열리고 있던 중이었다. 최첨단 해군 무기체계가 전시되고 있던 그 시간에 발생한 노후 항공기와 함께한 장병들의 희생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대잠초계기라고도 불리는 해상초계기는 부유식 음파탐지기(소노부이)를 해상에 투하하여 수중에서 활동 중인 잠수함을 탐지하고, 적으로 식별된 잠수함을 어뢰로 공격하는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어 ‘잠수함 킬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추락한 해상초계기 P-3CK는 1966년 제작되어 미 해군에서 약 25년간 운영 후 퇴역한 기체이다. 이후 미국 모하비 사막에 치장되어 있던 P-3B 기체를 2010년 우리 해군이 도입하였고, 개조를 통해 운용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중고 항공기이다. 그럼에도 우리 해군항공사령부 입장에서는 대잠전을 위한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항공 전력이라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기체 수명이 60년에 가까운 이 노후 항공기를 해군은 치열한 노력을 통해 정비하고 운용해 왔다. 그런 노력은 2017년 한미 독수리 연습 당시 러시아 잠수함을 78시간 연속으로 탐지 및 추적하여 결국 수면 위로 부상시키는 등의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으며, 지난 15년간 대잠전에서 많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재래식 전력이 한국에 비해 열세인 북한은 비대칭무기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미 80여 척의 잠수함을 운용하는 ‘세계 최다 잠수함 보유국’이다. 2023년 북한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을 진수함으로써 대한민국 해양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더하고 있다. 물론 우리 해군도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최신예 해상초계기인 P-8 포세이돈을 도입하여 전력화 중이다. 그러나 예산의 한계로 인해 불과 6대만 도입한 상태이다. P-8 전력화가 완료되면 대잠초계에 투입되는 전력 부담은 한결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운용 전력의 한계와 조종, 전술, 정비 분야의 인력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동ž서ž남해 전 해역 방어를 기존의 P-3를 포함하여 20여 대의 해상초계기로 작전과 훈련을 병행해야 하는 현실에서 전력 부족은 곧 기체당 비행 횟수 증가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항공기의 기체 피로도와 승무원들의 정신적ž신체적 피로는 누적될 수밖에 없어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미치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다.

이웃 국가 일본은 100여 대가 넘는 해상초계기(P-3/P-1)를 보유하고 있어 해양에서의 항공작전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단순 수치만 비교해도 전력 차이는 5배 이상이며, 2024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기준으로 일본을 추월한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위상과 현재의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북한 참전으로 인해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적으로 밀접해지고 있는 이 시기에 러시아의 기술 지원으로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게 된다면 대잠작전은 더더욱 어려워질 뿐 아니라 우리나라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사냥꾼 ‘ORION’이라는 별칭처럼, P-3는 한 때 우리 해군의 대잠작전을 책임진 ‘천하장사’였지만 세월의 무게는 어떤 무기체계도 피해 갈 수 없다. 이제는 차기 해상초계기인 ‘P-8 포세이돈의 추가 도입 등 해상초계 전력의 보완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기이다. 이번 P-3CK 917호기 사고로 순직한 네 분의 해군 호국영웅들은 안타까운 사고로만 기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의 희생은 해군 항공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빛이 되어야 하며, 해군 항공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본 기사의 내용은 최지웅 한양대학교ERICA 한양국방연구원장의 견해이며 중앙일보사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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