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어머니의 남모를 상처와 비밀을 딸이 이해하기까지[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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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트 우먼
컴퍼트 우먼
노라 옥자 켈러 지음
김지은·전유진 옮김
산처럼
위안부의 존재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증언 이후 영화와 소설 소재로도 꾸준히 다뤄져 왔다.
1997년 '종군위안부'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으나 절판됐던 것을 새 번역으로 재출간한 이 소설은 접근법이 남다른 것 같다. '감사의 글'에서 "진실이든 아니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어머니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알쏭달쏭한 소회를 밝힌 한국계 미국 작가 노라 옥자 켈러는 환상적 장치를 적극 활용했다. 위안부 피해자 아키코의 삶에 수시로 출몰하는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인덕의 혼백이 단순히 심령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극적으로 위안소를 탈출, 기진맥진한 상태의 아키코에게 인삼 뿌리를 먹인 후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다. 인덕의 존재, 인삼을 얻어먹는 일화 모두가 아키코의 환각인 건지 헷갈린다. 고발 혹은 증언 일변도는 아닌 것이다.
아키코의 시점과 번갈아 배치돼 어머니 아키코의 과거를 드러내는 딸 베카의 시점은, 무겁기 십상인 소설에 적절한 활기를 더한다. 국제결혼 해 미국에 정착하지만 무당 노릇을 하는 아키코가 베카의 눈에는 기이하게 비칠 수밖에 없다. 결국 소설은 딸이 어머니의 상처와 비밀을 이해하게 되는 성장소설,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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