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심화하는 가계소비 위축…그간 줄이지 않던 품목마저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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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7일 서울역. KTX 열차가 승강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뉴스1
전반적인 소비 위축 흐름 속에서 그나마 양호했던 세부 항목마저 소비가 줄고 있다.
사실상 ‘나홀로’ 뜨거웠던 국내외 여행 소비부터 식었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단체 및 국외여행비’ 지출은 6만5612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여행 소비는 코로나19 사태가 풀리자 눌려왔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경험 중심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급증세를 이어왔다. 증가율은 2023년 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꾸준히 두 자릿수를 유지하다 올해 1분기 갑자기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저소득층 가구(월 소득 하위 20%)만 따로 떼 계산해 보면 아예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1~3분기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다 같은 해 4분기(-25.6%)와 올해 1분기(-23.3%) 연속해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가계의 소비 위축이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행 소비가 위축한 건 관련 심리가 가라앉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비상계엄·해제 사태와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가 겹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월간 여행비 지출전망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96에서 88로 급락한 이후 올해 1월 88→2월 91→3월 91로 저조했다. 이후 4월 92→5월 95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12월 전의 수준을 밑돌았다. 해당 지수가 100 밑이면 소비자 사이에서 여행 소비를 줄일 의사가 더 많다는 의미다.

김경진 기자
또한 생활에 필수적이어서 줄이기 어려운 의류 소비 역시 위축세에 합류했다. 가구당 월평균 ‘직물 및 외의’ 소비는 지난해 3분기(-3.3%)부터 올해 1분기(-5.3%)까지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1분기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4분기(-13.2%) 이후 17개 분기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이다. 여기엔 부진한 경기 변수와 더불어 이상기후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높은 교육열 때문에 좀처럼 손대지 않는 사교육비 소비도 축소했다. 가구당 월평균 ‘학원 및 보습 교육’ 소비는 올해 1분기 0.7% 감소했는데, 1분기에 마이너스를 나타낸 건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연간 사교육비(전국 초·중·고 학생 대상) 총액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이후 올해는 하락 반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독성이 커 줄이기 어려운 기호식품 소비도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주류와 담배 소비가 동반으로 감소했는데, 2006년도 수치부터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동반 감소했다. 1분기의 경우 편의점 담배 매출이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역성장(-0.1%)하기도 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건강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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