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가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으로 향하는 길에 워싱턴 D.C. 백악관을 떠나기 전 오벌 오피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사흘 연속 "실망","무례","정신 잃었다"등의 비난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NBC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머스크와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길 원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와의 관계가 끝난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나는 그렇게 추정한다. 그렇다”고 답변했다.

머스크와의 대화계획에 대한 질문엔 “나는 다른 일을 하는데 너무 바쁘다. 그와 대화할 의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머스크가 대통령직에 대해 무례했다”며 “나는 그것이 매우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감세 공약 등을 반영한 법안에 반대하는 머스크가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들을 낙선시키기 위해 민주당 후보들을 후원할 경우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은 그 어느 때보다 단결돼 있다”며 “사흘 전(머스크와 틀어지기 전)보다 더 단합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론이 (최근 자신과의 갈등을 계기로) 법안의 장점을 부각했다”고 말한 뒤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그 법안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이익이 있다. 그가 (법안에 대해) 낙심하고 마음 상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 등 기업들이 연방 정부와 맺은 계약을 철회할지에 대해선 권한은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외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자신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머스크가 한때 SNS에 올린 데 대해 “엡스타인의 변호사조차도 내가 (엡스타인의 범죄와) 관계가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6일에는 머스크가 전날 “트럼프와 머스크가 위대한 조국의 이익을 위해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억만장자 빌 애크먼의 게시글에 “당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답하면서 화해 의중을 드러냈지만 화해 의향을 묵살했다.

트럼프는 이날도 머스크와 대화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머스크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그가 테슬라에서 잘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머스크 소유 사업체와 맺은 정부 계약 해지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검토 중이라면서 “우리는 모든 것을 검토할 것이다. 보조금이 너무 많다”라고도 했다.

그는 이날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머스크와 통화를 할 예정이라는 일각의 보도 내용과 관련해 “정신을 잃은 그 남자 말이냐?”면서 “그는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만 지금은 별로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는 지난 5일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석상에서는 머스크가 소셜미디어(SNS) 댓글을 통해 트럼프 탄핵에 지지를 표명하는 것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대선 때 머스크가 트럼프에게 약 2억7000만 달러(약 3700억원)를 후원하고, 트럼프 2기 초반 정부 구조조정 책임자로 중용되면서 밀착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머스크가 지난달 30일 정부효율부 수장에서 공식 물러난 뒤 급속히 냉각됐다. 머스크가 대규모 감세 등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를 담은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공개적으로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반대하고 나서면서 파국이 시작됐다.

한편 ‘관계 단절’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머스크는 충돌 후 트럼프를 공격한 SNS 일부 글을 삭제하고, 소유 기업이 참여 중인 항공우주국(NASA)과의 협력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사태의 여파를 축소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