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재명, 朴·文 정부처럼 일괄 ‘빚 탕감’ 할까…재원·도덕적 해이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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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늘어난 자영업자 채무 탕감을 공약하면서, 구체적인 정책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8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영업자 채무 부담을 줄이는 것은 대통령 공약 사안이라 국정 과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실무 부서에서 이미 검토 중”이라며 “해당 정책의 일부는 추가경정예산안에도 들어갈 수 있어 대략적인 방향이 추경안 발표에 맞춰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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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을 방문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정부에도 비슷한 ‘빚 탕감’ 정책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빚을 최대 50%(기초수급자는 최대 90%)까지 줄여줬다. 문재인 정부는 장기소액연체자의 채무를 일괄 탕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도 새출발기금을 조성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의 부채를 신청을 받아 순 부채(소유 자산을 빼고 남은 부채액)의 최대 90%까지 줄여줬다.

하지만 빚 탕감 대상과 기준이 엄격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했다 게 전문가들 평가다. 박 정부는 322만 명에 대한 빚 탕감을 약속했지만, 실제 4년간 채무 감면을 받은 사람은 58만1000명으로 감면 채무는 2조8874억원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도 159만 명의 장기소액연체자 채무를 경감해주겠다고 했지만, 2019년 3월 기준 채무를 조정받은 사람은 62만7000명(조정 금액 4조3000억원)에 그쳤다. 윤 정부 새출발기금은 지난 4월 말 기준 12만5738명(신청 금액 20조3173억원)이 신청했지만, 채무조정을 받은 사람은 7만1579명(신청 금액 5조7997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이재명 정부의 빚 탕감 대책은 이보다 더 과감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채무조정 대상을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은 물론 비상계엄으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부실 채무를 전문적으로 소각하는 ‘배드뱅크’ 설립도 공약하고 있어, 보다 광범위한 빚 줄이기 방안이 나올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윤 정부의 새출발기금은 신청 후 심사하는 구조라 실제 채무조정 사례가 많지 않았는데, 이 정부가 배드뱅크를 세우면 신청 없이 일괄 탕감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 방식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원과 도덕적 해이 논란은 숙제다. 빚 탕감의 범위가 넓어지면, 재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결국 민간 금융사에 손을 빌려야 한다. 이미 자영업자의 빚은 천문학적인 숫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자영업자 총부채 규모는 1064조2000억원이다. 특히 올해 9월까지 만기 연장(47조4000억원) 혹은 원리금 상환이 유예(2조5000억원)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코로나19 대출은 49조9000억원에 달한다.

지나친 채무 경감이 성실 상환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박 정부 국민행복기금으로 채무조정을 받은 사람 중 18.2%가 이후 다시 3개월 이상 빚을 연체한 채무불이행자가 됐다. 또 자영업자에 한정한 채무조정은 형평성 논란도 따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빚을 줄여주기보다는 갚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장사가 안되는 자영업자는 재교육 등을 통해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등의 지원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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