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생에 맞고도 '아동학대' 피소…교사들, 2년만에 대규모 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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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교원단체가 지난달 30일 제주도교육청 주차장에서 학생 가족의 민원으로 숨진 제주지역 모 중학교 A 교사를 추모하는 문화제를 열고 있다. 뉴스1
광주광역시의 중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3월 무단 지각한 학생을 지도하다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반항하며 의자를 휘두른 학생을 제지하려다가 복부를 주먹으로 세 차례 맞았다. A씨가 학생을 경찰에 신고하자 며칠 뒤 학생 가족들도 “부당한 조치”라며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해당 학생은 지역교육청의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결정에 따라 전학 조치됐다. 하지만 A씨는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확정하기까지 6개월 간 경찰서를 오가야 했다. 폭행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수차례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 비용은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그는 “2년 전 서이초 사건 후 정부가 교권을 보호한다며 이런저런 대책을 내놨지만, 내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오는 14일 서이초 사건이 벌어진 지 2년여 만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이 교권 보호 대책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학생 가족의 민원에 시달리는 중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도를 넘는 교권 침해 사례가 연달아 발생하면서다. 이들 교원단체들은 "정부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고성 신고 여전, 교권침해 학생 분리할 사람·공간도 없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해 7월18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 공동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뉴스1
2023년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직후 교육계에서는 “아동복지법 등에서 규정한 정서적 확대 범위 때문에 교사들이 무고성 신고를 당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않겠다“며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했고, 교사의 아동학대 신고 건에 대해 교육감의 의견을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아직도 하루에 두 건꼴로 무분별한 신고가 여전히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9월부터 올해 2월 내 종결된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수사 438건 중 417건(95.2%)은 불기소 또는 불입건 처리됐다.

차준홍 기자
서이초 사건 직후 교육당국은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민원 창구를 교장이 운영하는 전담팀으로 일원화하고 상담 예약제 등을 도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역시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숨진 제주의 중학교 교사 B씨는 개인 휴대폰으로 학생 가족의 항의 문자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지난 5일 중등교사노동조합이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중·고교 교사의 77.8%가 “학생·학부모에게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등교사노조는 “학부모가 근무 외 시간에 전화를 요구하거나 출결 확인, 입시 상담, 학교폭력 업무 등 원활한 업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개인 번호가 공개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대책의 일환이었던 가해 학생과 피해 교사의 분리 제도도 현장 교사들은 “공간, 인력 지원 부족으로 정착되기 힘들다”는 지적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 교사는 “분리된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또 다른 교사가 필요한데, 소규모 학교에서는 한 교사가 여러 가지 일을 맡고 있다 보니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김동석 본부장은 “어떤 교육청은 학생 분리 인력을 자원봉사자로 메우는 반면, 다른 교육청은 지방자치단체가 분리 인력을 채용하는 등 지역·학교마다 천차만별”이라고 꼬집었다.
강도 높은 교권침해, 처벌 강화해야

차준홍 기자
교육계에서는 “근본적으로는 교권 침해 가해 학생·학부모에 대한 불이익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자원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교보위 처분도 손해배상 의무, 정신적 치료비 부담 등 실효성 있는 처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부모에 대한 처분은 서면 사과, 특별교육 이수 등이 있으나 학부모가 따르지 않으면 강제할 수 없다.
관련 법령 및 제도 개선도 지적됐다. 김동석 본부장은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적 학대 행위’ 개념을 구체화하고,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의견을 제출한 아동 학대 무혐의 사안은 검찰에 불송치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경찰 수사 뒤 검찰 송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교사노조는 “병원 의료진과 마찬가지로 교사 폭행 시 가중처벌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법상 일반 폭행은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형이지만 의료법에 따른 의료진 폭행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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