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Health&] 늘어나는 비흡연 폐암, 무증상 전립샘암…위험요인 관리, 검진 놓치면 생존율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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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암 발생 지형도

위암·간암 줄고 서구형 암 증가 뚜렷
의심 증상 유의, 정기 검진 철저하게
진단 후 전략적으로 치료·수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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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025 암 극복 처방전] 글 싣는 순서

전민선(가명·여·60)씨는 3주 전부터 등이 유난히 아팠다. 근육통인가 싶어 정형외과를 찾았고 컴퓨터단층촬영(CT)을 진행한 결과, 다름 아닌 폐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그것도 암.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추가 검사에서 폐암이 뇌와 뼈까지 번진 사실이 확인돼 최종 4기 진단을 받았다.

폐암은 인구 고령화로 발생이 급격히 늘어난 암이다. 암 발생자 수(2022년 기준)로 보면 남성 1위, 여성 4위다. 고려대안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황진욱 교수는 “폐암 발생률 증가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며 “인구 고령화로 암 발생 자체가 늘어난 영향이 있고, 최근 폐암 검진과 국가검진사업 확대로 저선량 흉부 CT를 통한 조기 진단이 보편화한 것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예전엔 폐암이 대표적인 남성 암으로 통했으나 요샌 여성 환자가 부쩍 늘었다. 특히 여성 환자의 88%는 비흡연자로 보고된다. 전씨도 흡연 경력이 전무했다. 황 교수는 “환기되지 않는 실내에서 음식을 만들 때 발생하는 기름 연기에 장기간 노출되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 다만 진행하면 기침과 피가래, 흉통, 급격한 체중 감소, 목소리 변화,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다. 황 교수는 “이런 증상은 처음엔 감기·폐렴이라고 진단할 수 있지만, 치료했는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땐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암 발생 지형이 변하고 있다. 흔했던 위암·간암은 줄고, 서구형으로 분류되는 암종이 늘었다. 암 발생 순위가 위암은 2012년 2위에서 2022년 5위로, 간암은 같은 기간 6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 최근엔 폐암을 비롯한 전립샘암, 췌장암 등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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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ettyImagesBank

증상 치료해도 호전 없으면 정밀 검사

전립샘암은 국내에서 환자 수가 가장 빨리 증가하는 암종의 하나다. 발생자 수가 2002년 2148명에서 2022년 2만754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뿐 아니라 OECD 회원국에서도 가장 흔한 남성 암으로 분류된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을 떠난 지 4개월 만에 전립샘암 판정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립샘암은 진행이 느리고 5년(2018~2022년) 생존율이 96.4%로 높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일찍 발견해 조치했을 때 얘기다.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생존율이 49.6% 수준으로 떨어진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하유신 교수는 “전립샘암을 진단받은 환자를 진료실에서 만나보면 공통으로 아무 증상이 없단 얘기를 한다”며 “진단을 받고도 믿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전립샘암은 대개 뼈로 전이되므로 골격 부위 통증을 느끼거나 뼈가 부러져 검사하다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만 50세부턴 1년에 한 번, 전립샘암 가족력이 있을 땐 만 40세부터 정기 검진을 받는 게 좋다.

가장 치명적인 건 췌장암으로, 5년 생존율이 16.5%에 그친다. 문제는 발생률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대광명병원 외과 손희주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두드러질 정도로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고지방 식단과 운동 부족, 흡연, 음주 같은 생활습관과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추정한다.

췌장암은 내시경이나 흉부 X선, 혈액검사 같은 방법만으로 조기에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특별한 초기 증상도 없어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혈관이나 주변 장기를 침범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 주요 혈관과 인접해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진단된다. 수술한다고 해도 재발률이 70~80%에 이른다. 그렇다고 길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정교한 치료 전략이 해답이다.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평소 건강했지만 건강검진에서 갑작스러운 혈당 상승을 발견해 추가 검사를 받았다. 복부 CT 검사 결과 췌장 머리 부분에서 3㎝ 크기의 종괴가 나왔고, 조직검사를 거쳐 췌장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소화불량이나 복통, 황달 같은 특이 증상이 전혀 없었다. 손 교수는 “진단 당시 종양이 간문맥을 침범해 바로 수술이 불가능했지만, 약 6개월간 항암 치료를 진행해 종양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며 “수술 후 항암 치료까지 잘 마쳐 현재는 3년째 재발 없이 건강하게 외래를 다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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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ettyImagesBank

비정상적인 질 출혈, 강력한 의심 징후

빠른 초경, 늦은 폐경, 첫 출산 나이 고령화, 출산율 저하 같은 여성 건강을 둘러싼 환경 변화도 암 발생에 영향을 줬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유태경 교수는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의 증가는 유방암 발생의 위험 요인”이라며 “에스트로겐으로 인한 유방 세포의 분열과 증식이 암 관련 돌연변이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 자궁내막암 발생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전엔 자궁경부암이 가장 흔한 부인 암이었으나 지금은 자궁내막암이 앞선다. ▶생리 주기와 무관한 출혈 ▶생리량 과다 ▶폐경 후 출혈 등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 강력한 의심 징후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주현 교수는 “자궁내막암은 일찍 발견하면 질병의 예후가 좋으므로 증상이 애매하더라도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진료 볼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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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025 암 극복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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