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Health&] "돌연변이 타깃으로 한 '3세대 폐암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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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상윤범 교수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아시아인에게 흔한 EGFR 돌연변이 폐암
뇌 전이 억제에 효과적인 렉라자 등 사용
리브리반트 병용해 내성 문제도 극복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상윤범 교수는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국내에서도 3세대 폐암 치료제가 1차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추세”라며 “단,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이상 반응 등에 정밀한 분석과 맞춤형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폐암은 치료가 까다로운 암이다. 초기 증상이 미미해 진단이 늦고 다른 장기로의 전이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치료 과정에서 내성도 잘 생긴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 폐암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비흡연자에게 잘 생기는 폐암도 있다.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로 인한 EGFR 비소세포폐암이 그렇다.
EGFR 비소세포폐암은 비흡연자, 여성, 아시아인에게 특히 흔하다. 해법은 있다.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한 표적치료제가 3세대까지 나와 있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상윤범 교수는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같은 3세대 표적치료제는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 연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약제의 지속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이상 반응과 내성 문제에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상 교수와의 일문일답.
- 3세대 표적치료제의 특장점은 뭔가.
- “무진행 생존 기간(질병의 진행 없이 생존한 기간), 전체 생존율에서 기존 약제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는 점이다. 폐암은 중추신경계로 전이될 위험이 유독 큰데, 3세대 약제는 뇌로의 약물 투과력이 높아 뇌 전이를 억제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특히 렉라자는 EGFR 비소세포폐암 가운데 예후가 나쁘다고 알려진 L858R 변이 환자 그룹에서도 우수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 하지만 이 역시 이상 반응이 존재한다.
- “1~3세대를 막론하고 피부와 소화기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발진, 설사, 오심, 식욕 저하, 손발톱 주위염 등이다. 세포 내 특정 역할을 담당하는 EGFR을 저격하는 치료제를 투여하면서 생기는 반응이다. 약제별로 특이점도 있다. 타그리소는 설사와 피부 발진의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드물게 심전도 이상 소견이 보고된다. 렉라자는 손발 저림 같은 말초 감각 이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편이다. 이상 반응이 생기는 시점은 환자마다 다르다. 일부는 복용 몇 주 후 증상을 겪지만, 몇 개월이 지나고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 이럴 땐 어떻게 조치하나.
-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황금 공식은 없다. 증상의 중증도와 개인의 전신 상태에 따라 대처법을 달리한다. 예를 들어 경증 또는 예측 가능한 이상 반응일 때는 약물의 용량을 유지하면서 항히스타민제, 지사제, 국소 스테로이드 같은 보조 치료제를 함께 쓴다. 반면에 중등도 이상의 증상이 이어지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반응이 생기면 약물 투여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용량 조절을 고려한다.”
- 예방적 차원에서의 관리법도 궁금하다.
- “이상 반응의 발생 양상과 강도는 환자의 기저 질환이나 연령 등에 따라 달라져 이를 염두에 둔 관리가 이뤄진다. 고령이거나 저체중인 환자는 설사, 식욕 저하 같은 이상 반응으로 탈수나 전해질 이상이 생기기 쉬워 치료 중 영양과 수분 상태, 체중 변화를 면밀하게 살피는 식이다. 여기에 타그리소 복용자는 심장 관련 이상 반응에 대비해 필요시 심전도, 심장 초음파 검사도 한다. 렉라자 복용 시에는 감각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진이 환자의 자각 증상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필요시 신경과와의 협진도 진행한다.”
- 또 다른 극복 과제는 내성이다.
- “처음에 효과를 보이던 표적치료제도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 보통 내성이 나타나기까지의 기간은 1·2세대의 경우 9~13개월, 3세대는 18~20개월이다. 내성 발생 기전은 다양하다. 기존 약제에 타깃이 된 유전자에 대해 2차 돌연변이가 생기기도 하고, 암세포가 차단된 신호 전달 경로를 우회하는 새로운 길을 찾아내 세포 증식과 생존을 지속할 수도 있다. 이 중 암세포가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대표적인 방식으로 MET 유전자 증폭을 꼽을 수 있다.”
-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은 뭔가.
- “여러 약제를 함께 쓰는 거다. 특히 1차 치료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약제를 조합해 쓰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내성 문제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렉라자와 MET 증폭을 억제하는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병용이다. 실제 임상 연구에서도 두 약을 함께 투여했을 때 MET 증폭에 의한 내성이 억제되는 결과가 관찰됐다. 전체 생존 기간도 타그리소 단독 사용 대비 1년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병용 요법이 새로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마지막으로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폐암은 내성이 흔하고 전이가 잦은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단계별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환자 본인이 느끼는 변화나 증상 반응을 의료진에게 자세히 전달하는 게 중요하지만, 막상 진료실에 오면 그 내용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변화라도 평소에 잘 메모해 뒀다가 진료 때 공유하면 치료 방향을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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