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민 볼모로 삼지 말라"…광주 시내버스 파업, 운행률 80%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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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전면 파업을 재개한 9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동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버스기사들도 고충이 많겠지만, 시민을 볼모로 삼는 파업은 이해되지 않는다.”

9일 오전 8시쯤 광주광역시 금남로 한 버스정류장.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던 박영호(67)씨는 ‘버스 도착예정 안내 전광판’과 휴대전화 시계를 번갈아 보며 초조해했다. 그는 “(버스 파업 소식에) 미리 집을 나섰는데도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며 “시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조와 사측이 하루빨리 합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5일 11년 만에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 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연휴가 끝나자마자 파업을 재개했다. 광주시의 비상수송대책으로 버스 운행률은 88%를 웃돌았지만, 일부 노선이 축소 운행돼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대학생 이성훈(21)씨는 “광주는 지하철 노선이 1개밖에 없어 인근에 지하철역이 있어도 시내버스만 기다릴 때가 많다”며 “대학생 신분으로 택시비는 부담이 커 불편하더라도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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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시내버스 노조 전면 파업 첫날인 지난 5일 광주시청 앞에서 열린 총파업 투쟁 승리쟁취 버스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삭발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시내버스 노사는 최근 임단협 3차 조정회의를 진행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임금 8.2% 인상(4호봉 기준 월 34만원), 65세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운송 적자 등을 이유로 임금 동결 입장을 고수했다.

교섭 결렬로 전체 시내버스 기사 노조원 1400명 중 96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버스 회사는 전체 시내버스 운전원 2400여명이 소속된 10개 회사 중 6개가 파업에 부분 참여했다. 2014년 6월 시내버스 580여대의 운행이 중단된 이후 11년 만의 전면 파업이다.

광주시는 파업에 대비한 비상 수송대책을 가동했다. 비조합원 1000여명과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노조원 440여명 등이 투입돼 시내버스 총 1000대 중 887대(88.7%)가 운행됐다. 파업 후 시내버스 97개 노선 중 51개 노선은 정상 운행 중이며, 46개 노선은 운행 횟수가 줄었다.

광주시는 비노조원 등 운전원을 투입해 파업 기간 중 운행률 80%대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도시철도를 12회 증편 운행하고, 출퇴근 시간 택시를 집중적으로 배차하는 등 다른 교통수단 운행을 확대한다.

앞서 시내버스 노조는 지난 5일 광주시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운영 적자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면서 사측과 광주시를 규탄했다. 노조는 “부족한 인력으로 연장 근로는 당연한 듯 강요되고, 휴식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임금은 전국적으로 가장 낮다”고 주장했다. 일부 노조 간부는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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