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토니상 6관왕 '윌휴콤비' 누구…서정적 음악·서사로 대중성·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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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제 78회 토니상 시상식이 열린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선 미국인들에게 아직 낯선 작품 제목과 이름이 연달아 호명됐다. 6개 부문(작품상·연출상·남우주연상·각본상·작사작곡상·무대 디자인상)을 휩쓴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 작사·작곡·극본을 담당한 박천휴(42), 윌 애런슨(44) 콤비가 그 주인공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6관왕에 오른 박천휴(왼쪽)과 윌애런슨 콤비.[로이터=연합뉴스]
두 사람은 이날 작사작곡상과 각본상, 2개 부문에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천휴는 애런슨과 함께 작사·작곡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무대에 올라 청중의 박수에 화답하며 “한국의 인디팝과 미국 재즈, 현대 클래식 음악, 전통적인 브로드웨이를 융합하려고 노력했다. 브로드웨이 커뮤니티가 우리를 받아들여 준 것에 정말 감사하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애런슨은 “반딧불이(팬들을 뜻하는 애칭)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윌휴콤비’로 불리는 둘의 인연은 2008년 시작됐다. 뉴욕대에서 시각 예술을 전공한 박천휴는 2008년 같은 학교에서 뮤지컬 작곡을 공부 중인 윌 애런슨을 만났고 둘은 비슷한 영화·음악 취향으로 절친한 친구가 됐다고 한다.
2012년 국내 초연한 ‘번지점프를 하다’가 이들의 국내 데뷔작. 원작인 동명 영화의 판타지적 요소를 극장에서 구현하기 어려울 것이란 업계의 회의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음악과 극 구성으로 무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와 함께 2012년 한국 뮤지컬 대상 음악상, 2013년 한국뮤지컬어워즈 작곡·작사상을 받았다. 작품은 2012년부터 10년간 초연~4연을 거치며 뮤지컬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헬렌 셴(왼쪽에서 두번째)와 대런 크리스(왼쪽에서 세번째)가 8일(현지시간)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장면을 공연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윌휴 콤비’ 작품의 강점은 세계 어디서나 통할법한 서사와 음악이다. 사랑과 이별, 성장과 상실 같은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되, 이를 전형적인 방식이 아닌 로봇의 기억(‘어쩌면 해피엔딩’·2016)이나 유령 제빵사(’고스트 베이커리’·2024) 같은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음악 역시 한국 인디팝, 미국 재즈, 현대 클래식을 섞은 ‘멜팅팟’ 스타일이다. 그 중에서도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버전에서의 발라드 넘버를 재즈 풍으로 대체하는 등 현지화에 성공해 호평을 받았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이질적 문화를 섞어 색다른 느낌을 낸다는 점도 재밌다. 데뷔작부터 최신작인 ‘고스트 베이커리’까지 함께 만든 네 작품이 모두 한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묘하게 동서양의 문화가 섞인 듯한 느낌을 준다. 뉴욕에 사는 한국인(박천휴)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미국인(애런슨), 비슷한 듯 다른 두 예술인의 정체성이 어우러진 서사라서다.

뮤지컬 '일 테노레'의 주인공 윤이선(배우 홍광호)이 베커 선생님에게 성악 레슨을 받는 모습. 베커 선생은 이선에게 테너가 될 것을 권하고 이선은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사진 오디컴퍼니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서양의 오페라에 도전한 청년의 일대기를 다룬 ‘일테노레’가 대표적이다. 2023년 12월 초연한 ‘일테노레’는 2025년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작곡상·남우주연상 3관왕에 오르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에는 천하무적의 히어로나 강력한 빌런은 등장하지 않는다. 초절정의 기교를 뽐내는 ‘가창 차력쇼’ 스타일의 넘버도 드물다. 서사는 잔잔하고 넘버는 유기적이다. ‘어쩌면 해피엔딩’ 역시 비슷한 평을 받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음을 완전히 뒤흔들기보다 굳어 있던 영혼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작품”이라며 “극장을 나서는 관객에게 길고 먹먹한 여운을 준다”고 평했다.
‘윌휴콤비’가 사랑한 시대적 배경은 근미래와 과거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헬퍼봇이 보편화된 미래를, 일테노레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지난해 선보인 ‘고스트 베이커리’ 역시 197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파티셰의 꿈을 키우는 여성의 삶을 그렸다.
두 사람이 협업은 계속될 예정이다. 박천휴 작가는 ‘어쩌면 해피엔딩’ 투자사인 NHN링크를 통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일 테노레’의 재연을 빨리 올리고 싶다. 저희가 쓴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를 더 잘 다듬어서 영어권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새로운 이야기들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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