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잇따른 돌진 사고…치매 등 ‘고위험 운전자’ 조건부 면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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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서 70대 남성이 모는 승용차가 돌진해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치매 등 신체질환을 앓는 운전자가 모는 차량이 시장·상가·인도 등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이 ‘조건부 운전면허’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은 운전에 문제가 되는 질환을 가진 ‘고위험 운전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서울대 연구팀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제작된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운전 능력 평가 시스템’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조건부 운전면허란 치매나 심근경색 등 운전에 문제가 되는 중대한 신체질환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운전 적합성 평가를 거쳐 야간이나 고속도로 운전을 금지하는 등 제한된 조건에서만 운전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위험 운전자에 해당하는 건 아니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나이와 무관하게 운전 능력이 저하된 이들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 도입의 배경은 치매 등의 요인으로 고위험 운전자에 해당하는 이들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다. 지난해 12월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선 치매 진단을 받은 한 70대 남성이 운전하는 차량을 돌진해서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보고서 내용 등을 토대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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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고령자교통안전교육장에서 어르신들이 인지·지각검사 교육을 받고 있다. 조수빈 기자

이와 관련해 서울대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현행 운전면허의 결격 사유가 신체 장애 및 정신질환 위주로만 돼 있어 심근경색·뇌졸중·수면장애 등 신체질환은 면허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운전면허 결격 사유를 운전에 장애가 되는 신체질환 등으로 확대하고, 이들에 대한 운전 적성검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또한 ‘제3자 신고제’ 도입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고위험 운전자에 대해선 본인이 아니더라도 직계 가족이나 의사 또는 경찰관이 면허 관리 당국에 수시 적성검사를 직접 신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잔 취지다. 미국, 호주 등에선 제3자 신고제가 운영 중이라고 한다.

해외에선 이미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도입한 경우가 있다. 미국 일부 주(州)와 호주 등에선 고령의 치매 환자 등 고위험 운전자의 고속도로 운전과 야간 운전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운전 적합성이 부족한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비상 자동 제동 장치와 페달 오조작 억제 장치 등으로 구성된 ‘첨단 운전 지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한 운전면허 제도가 도입·운영되고 있다.

다만 고위험 운전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 것인지 등을 두고 고령 인구의 이동권 침해 등 여러 논란이 불거질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택시·트럭·버스 등 운수업의 경우 고령자 취업 비율이 높은 만큼 이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의 제도가 도입되면 그에 따른 반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 토론회나 공청회 등을 거쳐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조건부 면허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일정 조건을 부여하는 등 세부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추가 연구 및 의료계 등과의 논의를 지속함과 동시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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