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배달라이더도 최저임금 주자는데..누구에게 어떻게 줄 지는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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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이미선 근로자위원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대전,충청 지역 플랫폼 노동자들의 요구안을 이인재 위원장에게 전달하기에 앞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선거로 중단됐던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회의가 재개됐다. 올해 최저임금 액수를 결정하기에 앞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배달 라이더·택배기사 등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할지다. 도입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지급 대상과 방식에 대한 논란이 많아 실제 적용까진 산 넘어 산이다.

10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선 ‘특수고용직(특고)과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둘러싸고 사용자 위원과 노동자 위원 간 날 선 공방이 벌어졌다. 노동자 위원인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현재 도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기준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지금이라도 즉시 적용이 가능하다”며 “최저임금을 실질적인 생활임금 수준으로 인상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노동자 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이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요구안’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에게 전달하며 적용 확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사용자 위원들은 이러한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며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특수·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은 최임위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노동계가 강조하는 뉴욕의 배달라이더 사례 역시 최저임금이 아닌 사업자에 대한 최저 보수 규정으로 법 체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사용자 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도 “근로자로 인정된 도급제 노동자에 대해서는 노동계가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 특고 등 노무제공자에 대한 논의는 최저임금법의 적용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나 국회의 입법을 통해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대 적용’ 논의는 노동계가 지난해 처음으로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제기한 안건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본격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고,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는 데 그쳤다.

올해 다시 이 이슈가 부각된 것은 최저임금이 이미 1만 원을 넘어서면서 단순한 액수 인상보다는 적용 대상을 넓히는 방향으로 논의의 초점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록 대선 공약에선 빠졌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등을 만나 ‘최소보수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점도 논의에 불을 지피는 요인이 됐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확대 적용’이 논의가 되고, 설사 적용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배달라이더가 최저임금을 받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은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져 있는 경우로서 시간급 최저임금을 정하기가 적당하지 않으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말하는 ‘도급제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특수고용직 중에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최저임금법 적용 논의가 가능하다”며 “모든 특수고용직에 대한 적용은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도급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특수고용직은 여전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일부 근로자로 인정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해당된다는 의미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기간 노동계 질의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자성을 부여해(근로자 간주 규정)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근로자 정의 자체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

더 복잡한 문제는 배달라이더처럼 건별로 일하는 특성상 실제 근로 시간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시간당 표준 작업량을 도출해 이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준비시간과 업무에 소요되는 비용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표준 작업량을 정할지, 대기 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할지 등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

대표적으로 2023년 뉴욕시는 우버 운전기사와 배달라이더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 적합한 시간당 보수 산정 방식을 만들어 도입했는데 전기자전거의 연료비, 메디케어 등 각종 보험료를 포함한 복잡한 산식을 적용했다. 이에 제도를 구체화하고 시행하기까지 적지 않은 논란이 있어 약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설령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단기간 내 적용은 쉽지 않다”며 “배달비 인상 등 여러 파급 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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