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고려청자가 백자가 되기까지…조선 전기 200년의 ‘미술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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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 개관 20주년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에서 조선 사대부의 문인화풍이 반영된 ‘백자철화매죽문호’(국보)가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한 시대가 일어나면 반드시 한 시대의 제작(制作)이 있다(故曰一代之興, 必有一代之制作).”
(태조실록, 태조 2년 7월 26일 정도전이 왕에게 아뢴 말)

1392년 이성계와 측근들이 고려를 뒤엎고 건국한 새 나라 조선. 새로운 집권세력과 새 시대의 열망은 오늘날 우리가 ‘미술’이라 부르는 것들에도 영향을 끼쳤다. 고려청자는 보다 순도 높은 기술력에 힘입어 분청사기를 거쳐 백자로 바뀌었고, 성리학에 기반한 이상세계를 구현하는 수묵화가 유행했다. 불교는 왕실의 후원 속에 정교한 공예·불화·사경을 꽃피웠다.

조선 건국 후 200여년 간의 도자·서화·불교미술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용산구)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이 10일 개막했다. 국보 16건, 보물 63건 등을 포함한 691건의 유물이 국내외 72개 기관 협조로 모였다. 일본 교토국립박물관 소장품인 ‘문정왕후산릉도감계회도’(작가 모름, 1565년) 등 국내 첫 공개작만 23건이다. 서울 조계사의 ‘목조여래좌상’은 1938년 전남 영암 도갑사에서 옮겨진 이래 전시를 위해선 처음으로 법당을 떠나 박물관에서 전시된다(6월22일까지만 전시). 김재홍 박물관장은 지난 9일 언론공개회에서 “박물관의 용산 이전 20주년을 맞아 새로움을 보여주는 시대상을 전시 속에 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3부로 구성된 전시는 각각 백(白)·묵(墨)·금(金)이라는 색깔로 조선 전기 미술의 특징을 요약했다. 특히 화이트톤 1부에서 길이 14m, 높이 3m 벽에 배치된 박물관 소장 도자 300여 건이 압권이다. 임진아 학예연구사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수립한 조선에선 전국에서 공납자기를 걷어들이다 경기도 광주에 관요(왕실 도자기 제작소)를 설치하면서 균질한 백자를 생산하는데, 이 과정이 50~6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요 체제에서 더 이상 공납에 얽매이지 않게 된 전국의 사기장들이 다채로운 분청사기를 빚어내면서 임진왜란 이전까지 역동적이고 다양한 도자 문화가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 등 5개국에 소장된 우리 문화유산 40건이 건너왔다. 이 가운데 ‘백자 청화 산수·인물무늬 접시’(일본 개인 소장)나 ‘지장시왕도’(일본 고쿠분지 소장) 등 23건은 관련 연구자들이 해외 기관에 가서 겨우 접할 수 있던 것들이다. 특히 일본 모리박물관 소장 ‘산수도’의 경우 오랫동안 중국 작품으로 잘못 알려졌다가 20년 전 비로소 조선 16세기 화원 작품으로 규명됐고 첫 고국 나들이를 했다.

전시에는 2005년 용산 이전을 계기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축적해온 연구·교류·전시 성과가 총동원됐다. 김혜원 미술부장은 “조선 전기는 전하는 유물이 많지 않아 그간 제대로 조망되지 못했는데, 해외 박물관의 한국실 강화, 보존과학 성과 등에 힘입어 과감하게 기획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 같은 자신감을 응축하기라도 한 듯 3부 전시실 마지막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이 단독 전시돼 있다(다음달 7일까지). 전시는 8월31일까지, 성인 관람료 8000원. 개막을 기념해 15일까지 무료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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