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이미지로 런웨이를 압도했던 한국 패션모델 1세대, 이희재씨. [중앙포토]

한국의 패션모델 1세대인 이희재씨가 지난 9일 별세했다고 유족이 10일 전했다. 고인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런웨이에서 활약하며 대중에게 패션모델이라는 직업을 알렸다. 고인은 담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73세.

고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중앙여자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의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71년, 대한방직협회가 주최한 ‘목화아가씨’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패션모델로 데뷔했다. 197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모델콘테스트에서 3위에 오르며 국제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루비나, 김동수 등과 함께 대한민국 ‘1세대 패션모델’로 불리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훤칠한 키, 런웨이를 제압하는 카리스마로 인기를 구가했다.

1983년에는 ‘모델라인 아카데미’를 설립해 후학을 양성했으며, 1990년부터 2002년까지는 차밍스쿨 ‘와이낫(WHY NOT)’ 원장으로 활동했다. 방송 활동도 활발했다. 1993년에는 MBC 라디오 ‘지금은 가정시대’, ‘생방송 아침’, ‘아름다운 여자’ 등에서 진행자로 활약했고, 1995년에는 ‘이희재의 차밍스쿨’ 방송을 맡아 많은 인기를 끌었다. 1993년 출간한 저서 『아름다운 여자: 이희재 차밍스쿨』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책에서 소개한 ‘이희재 다이어트’는 전국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는 이후 교육자로서도 활동을 이어갔다. 1996년에는 동덕여대 여성사회교육원 메이크업디자인 과정의 주임교수로, 1998년에는 평택공업전문대 모델학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2002년부터는 화가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는데, 2010년 첫 개인전 ‘루이와 레이’를 통해 화단에 공식 데뷔했다. 2015년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2022년 1월 담도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으나, 2023년 암이 재발했다. 제부인 성악가 임산씨는 고인이 평소 “다시 태어나도 모델이 되겠다”고 자주 말했다고 전했다. 후배 모델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모델 박영선씨는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모델 대선배님께서 하늘로 가셨다”며 “톱의 자리를 지켜주시고 화가로도 활동하신 선배님, ‘아가’라면서 저를 너무도 예뻐해주시던 선배님, 하늘나라에서도 화려하게 활동해주세요”라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고인은 생전에 결혼하지 않았으며, 언니 이순재씨와 동생 이복재·이은숙씨, 형부 김낙현씨, 임산씨 등이 유족이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은 12일 오전 8시. xxxx-xxx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