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귀 명창들 설렌다…'국보급' 판소리·고법 보유자들 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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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국가무형유산 지정 60주년을 맞아 합동공개행사 ‘득음지설’ 공연을 앞두고 11일 서울 퇴계로 한국의집에 모인 판소리·고법 보유자 11인. 맨 윗줄 왼쪽부터 박시양, 정회석, 윤진철. 가운뎃줄 이난초, 김영자, 김청만, 김수연, 정순임. 아랫줄 김일구, 송순섭, 안숙선. 보유자 총 12인 가운데 신영희(83)는 건강 문제로 사진촬영엔 불참했지만 합동공연엔 함께 한다. 사진 국가유산진흥원

“전통예술 명인·명창들이 이렇게 함께 모인 건 처음이다. 감회가 깊은 정도가 아니라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더 마련됐으면 한다.”

26일부터 총 5차례 합동공개행사 #2~3인 팀 이뤄 '눈대목' 위주 공연 #"사상 첫 12인 한자리...자주 마련을"

최고령 85세부터 ‘막내’ 60세까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고법 보유자 11명이 입을 모아 전한 바람이다. 판소리 국가무형유산 지정 60주년을 맞아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주최하는  합동공개행사 ‘득음지설’ 공연을 앞두고 11일 서울 퇴계로 한국의집 민속극장에서 열린 언론간담회를 통해서다. 이날 간담회엔 보유자 12명 가운데 일시적 와병으로 불참한 신영희(83, 춘향가 보유자) 외에 11명 전원이 모습을 드러냈고, 간담회엔 일정상 9명이 참석했다.

신영희를 포함한 12명의 보유자들은 오는 26~28일, 7월 3~4일 총 5회에 걸쳐 서울 삼성동 민속극장 풍류에서 2~3인씩 팀을 이뤄 무대에 오른다. 예컨대 정권진(1927~1986) 명창을 사사한 윤진철(60)과 정권진의 아들 정회석(62)은 각각 보성소리 적벽가와 심청가를 들려준다. 전설의 두 거장 박초월(1917~1983)과 박녹주(1905~1979)의 맞대결은 제자인 김수연(77)의 수궁가와 정순임(83)의 흥보가로 한 무대에서 재현된다. 이들은 각각 ‘눈대목’이라 여겨지는, 각 바탕(판소리를 세는 단위)의 핵심 대목을 20~30분 들려준다.

흥보가의 이난초(64)는 “흥보가 박 타는 대목을 할텐데 다른 바디(유파)는 휘중중모리인데 내가 잇는 동편제 바디는 자진모리라서 독특할 것”이라면서 “제자들과 좋은 대목을 같이 부를 생각에 들뜬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보유자 외에 이들의 뒤를 잇는 이자람·이소연(이상 송순섭 보유자와 합동공연) 등 제자들도 한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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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2025 판소리 합동공개행사 '득음지설' 기자간담회에서 김일구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왼쪽 세번째)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판소리·고법 보유자 12인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 공연은 오는 26일부터 민속극장 풍류에서 총 5회 열린다. 연합뉴스

평생 판소리와 함께 해온 인생에 후회가 없다고도 했다. 4대째 계승하고 있는 정순임은 “어렸을 때 선생님이기도 했던 어머니 장월중선(1925~1998)은 국악을 못하는 게 없었는데 나는 오직 판소리만 좋았고 새벽 네시부터 산에 올라 고함을 질렀다. 그렇게 예술을 해와서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돌아봤다.

판소리의 전승·전파에 관한 아쉬움은 숨기지 않았다. 고법 보유자 박시양(63)은 “판소리는 누군가가 음악적 천재성을 갖고 작곡한 게 아니고, 한 명창의 일생이 쌓이고 대를 이어가며 켜켜이 쌓인 음악”이라면서 “이를 알아볼 수 있게끔 청중의 마음가짐이나 듣는 수준이 ‘귀 명창’에 이르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진흥원 관계자는 “원래 무형유산 보유자들은 전승·교육을 위해 연 1회 공연·전시가 의무인데, 이렇게 ‘의무방어전’으로 할 게 아니라 최고의 기량을 한데 모아서 펼쳐드리자는 의견이 안팎에서 모여 유례 없는 무대가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6월 26일(목) 김수연(77, 수궁가), 정순임(83, 흥보가), 김청만(79, 고법), 27일(금) 윤진철(60, 적벽가), 정회석(62, 심청가), 박시양(63, 고법), 28일(토) 송순섭(86, 적벽가), 안숙선(76, 춘향가), 7월 3일(목) 김영자(74, 심청가), 이난초(64, 흥보가), 4일(금) 김일구(85, 적벽가), 신영희(83, 춘향가)로 이어진다. 소설가 김홍신이 행사 진행을 맡는다.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은 오후 4시. 관람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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