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더버터] 균형발전과 청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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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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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호 행정안전부지역청년정책과장

지난 2019년을 기점으로 수도권의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섰다. 수도권의 좋은 일자리, GTX 개통과 같은 빠르고 촘촘한 교통망의 발달로 수도권은 지역의 경제적·사회적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하드웨어 사업’이 수도권으로의 구심력을 해체할 수 있을까? 만약 수도권, 특히 서울로의 구심력을 어찌할 수 없다면, 행정안전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행안부가 내놓은 답은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도 사람이 살아야 하고, 또 행복하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2018년, 목포에 정착한 외지 청년들은 지역의 문제와 가능성을 함께 탐구하며 단기간의 실험적 공동체 ‘괜찮아마을’을 기획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관광 콘텐츠, 커뮤니티 비즈니스, 지역살이 프로그램 등을 체계적으로 시도했고, 이를 모델 삼아 행안부가 설계한 사업이 바로 ‘청년마을’ 사업이다.

지난 7년간 이 사업을 통해 전국에 51개의 청년마을이 생겨났다. 청년마을 사업을 ‘로컬 창업’ 사업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마을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는 목적에 충실한 사업이다.

대표적인 예가 충북 보은의 청년마을 ‘라이더타운 회인’이다. 충북 청주와 보은 사이, 피반령이라는 고개가 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이 25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는 곳이다. 여기에 유턴 청년과 외지 청년이 함께 라이더타운 회인을 만들었다. 라이더를 위한 상점, 지역 특산품인 대추차를 주요 메뉴로 하는 찻집, 독립서점, 지역 주민과 라이더들이 함께하는 축제 등으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청년마을의 목표는 단순한 ‘정착’이 아니다. 청년이 살고 싶은 곳,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은 곳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청년마을에 청년이 모여들어 정착하면 좋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도권으로의 구심력에 비해 지역으로의 원심력은 너무 약하다. 청년마을의 성과 지표도 ‘정착인구’가 아닌 ‘생활인구’(한 달 기준 세 시간 이상 체류하는 인구)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지역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지역 활성화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가의 균형발전 및 지역경제 육성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도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수도권 집중화를 막아내진 못했다. 행안부의 청년마을 사업이 ‘마을 만들기’라는 본래의 취지와 철학을 지켜나간다면 지역 활성화에 실질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 기회를 만들고 더 나은 삶을 설계하는 청년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일은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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