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이랑GO] 한국 미술사 대표 화가 ‘겸재 정선’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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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 숙제를 해야 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 주에는 겸재를 주제로 한 전시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기획전 ‘겸재 정선’을 통해 한국 미술사 대표 화가로 꼽히는 겸재의 예술세계를 탐구해 봅니다.
대표작 165점 한자리서 보는 ‘겸재 정선’전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이하 겸재)의 예술세계를 오는 6월 29일까지 총체적으로 조명해 볼 수 있다.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사장 전영우)이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공동 개최하는 ‘겸재 정선’전은 겸재를 주제로 한 전시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기획전이다. 18개 기관과 개인 소장품 등 총 165점(국보 2건, 보물 7건 57점, 부산시유형문화재 1건)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특히 국보·보물로 지정된 겸재의 지정 작품 12건(국보 2건, 보물 10건) 중 총 8건 55점(국보 2건, 보물 6건 53점)을 한번에 볼 수 있게 된 건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바다와 산의 정신을 담은 화첩’, 금강산과 동해의 초상화라는 뜻으로 1747년 72세 겸재가 금강산을 여행하고 노대가의 솜씨로 그려낸 ‘해악전신첩’의 ‘금강내산’(간송미술문화재단).
전시는 크게 1부 ‘진경에 거닐다: 겸재 정선 진경산수화’, 2부 ‘문인화가의 이상: 정선의 작품세계’로 나뉘고, 1부는 다시 ‘금강산을 찾아서: 금강산과 관동’ ‘서울을 그리다: 한양과 근교’로 세분해 겸재를 대표하는 진경산수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2부에선 진경산수화 외에 겸재가 그렸던 고사인물화·화조영모화·초충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금강전도’와 ‘풍악내산총람’이다. 10여 년 만에 대중 앞에 선보이는 금강전도는 겨울 금강산인 개골산을 담아낸 것으로, 겸재가 그린 금강산 진경산수화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금강산의 수많은 봉우리가 모두 한눈에 들어오도록 위에서 내려다본 시점으로, 뾰족한 돌산과 나무숲이 우거진 흙산을 오로지 점과 선만으로 뚜렷하게 대비시켜 표현했다. 풍악내산총람은 64세 무렵 채색을 다루는 데 완숙한 경지에 오른 겸재의 대표작으로,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의 지형적 특징을 섬세한 필치로 묘사해 금강전도와는 또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거친 바위산은 녹색 바탕에 흰색이 더해져 마치 서리가 내려앉은 듯한데, 수풀이 울창한 흙산은 부드러운 붓 터치와 짙푸른 색채, 길쭉한 점 형태의 나무 표현으로 생동감을 더했다.

‘풍악내산총람’(간송미술문화재단)은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의 독특한 지형적 특징을 섬세한 필치와 색채로 생생하게 묘사했다.
겸재가 활동한 18세기 조선은 사회가 안정되며 전국 명승지 유람 문화가 유행했는데, 명산이자 불교 성지인 금강산은 그중에서도 인기였다. 겸재는 36세 때인 1711년 친구이자 뛰어난 시인인 사천 이병연의 초대로 처음 금강산을 여행하고 ‘신묘년풍악도첩’(13폭)을 그렸다. 김규태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 개원연구원은 “겸재 진경산수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며 “첫 여행이라 그런지 가는 길목은 물론 내금강과 해금강의 명소를 다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했다.
이후 ‘금강전도’ ‘비로봉’ 등 수많은 금강산 명작을 그려낸 겸재는 72세를 맞아 36년 전 여행을 회상하며 다시 금강산에 다녀와 ‘해악전신첩’(21폭)을 그렸다. 신묘년풍악도첩과 같이 보면 36세 무명화가에서 72세 노대가로 대성한 겸재의 화풍 변화를 볼 수 있다. 금강산에서 이어지는 관동의 명승지를 담은 ‘관동명승첩’(11폭)은 63세인 1738년 친척 동생인 우암 최창억을 위해 그렸다. 총석정·삼일호·죽서루·망양정 등 겸재가 모든 그림에 직접 제목과 ‘겸재’라는 호를 쓰고 낙관을 찍은 데다 제작연대를 밝히는 기록이 있는 기년작으로 의미가 크다.

‘청풍계’(장동팔경첩·간송미술문화재단)는 인왕산 동쪽 기슭의 북쪽 골짜기를 이르는 곳으로 겸재가 평생 반복해 그린 주제 중 하나다.
겸재는 숙종 말년에 한양의 백악산 서쪽 장동, 지금의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일대에서 태어났다. 지방서 관직을 했던 시기를 제하면 평생 한양에 살았던 그는 한양 그림도 여럿 남겼다. 특히 장동의 경우 주요 경치 8곳을 골라 두 번에 걸쳐 화첩을 만들었는데 구성이 약간 달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자하동·청송당·대은암·독락정·취미대·청풍계·수성동·필운대를 그려 76세경 만든 ‘장동팔경첩’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대은암·청풍계·청송당·독락정·취미대·창의문·백운동·청휘각을 그려 80세 초반 만든 ‘장동팔경첩’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각각 소장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선 둘 다 볼 수 있다.
1741년 겸재는 친구 이병연으로부터 시와 그림을 서로 바꾸어보자는 ‘시화환상간(詩畵換相看)’ 제안을 받고 서울의 빼어난 경치와 다양한 고사를 그리고 시를 엮어 ‘경교명승첩’을 만들었다. ‘인왕산 골짜기의 집’이란 뜻으로 자기 집을 그린 ‘인곡유거’, 현령으로 있던 ‘양천현아도’를 비롯해 ‘압구정’ ‘송파진’ 등 지금과 사뭇 다른 옛 서울의 모습을 진경산수로 그렸다. ‘압구정’ 그림 속 오른쪽 짙은 녹색 산은 남산인데, 그 꼭대기에는 애국가에도 나오는 ‘남산 위 저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겸재 정선의 흔치 않은 인물화이자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독서여가도’(경교명승첩·간송미술문화재단).
또 겸재의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경교명승첩’ 상권의 첫 작품 ‘독서여가도’, 이병연과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시화환상간도’, 우리나라 그림으로는 드물게 무지개를 그린 ‘홍관미주도’, 다양한 중국의 고사를 소재로 조선의 모습으로 바꿔낸 겸재 특유의 진경식 고사인물도 등도 눈길을 끈다. 독서여가도는 책을 읽다 부채를 쥐고 툇마루로 나와 앉아 앞에 놓인 화초를 감상하는 문인의 여가생활을 그대로 그렸는데, 김 연구원은 “여러 고사를 그림 소재로 한 것 역시 문인으로서 지식을 갖춘 것을 은연중에 나타낸 것”이라고 귀띔했다. 진경산수화를 그리면서도 그는 중국 문인화가들의 남종화 필법을 활용해 문인화풍의 산수화 유행에 한몫했다.
겸재의 집안은 오랜 양반 가문이기는 했으나 직계로는 증조부부터 초시(과거의 첫 시험)도 거치지 못하고 아버지도 일찍 여의는 등 집안이 쇠락했다. 소년 가장으로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겸재는 당시 명문가였던 외갓집의 도움으로 글공부를 했지만 그 역시 초시를 거치지 못했다. 다만 학자이자 당대의 시인으로 꼽힌 김창흡의 제자가 되고, 예술적 소양이 풍부한 사천 이병연, 관아재 조영석 등과 막역한 벗으로 지내면서 상부상조하고, 한동네에 대대로 살던 안동김씨 가문의 후원을 받고 시·서·화 특히 그림에서 재주를 꽃피우며 신묘년풍악도첩·(전)해악전신첩으로 일약 문예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비록 41세에 이르러서야 추천을 받아 관직에 나갔지만, 후에는 경학 시험을 통과하고 영조의 배려로 대우를 받아 40여 년간 여러 관직을 지냈다. 사후에는 영조의 지시로 정2품 한양판윤에 추증됐다.

겸재가 자신의 집안에 대한 기억과 자부심을 보여 주는 예로도 중요한 ‘퇴우이선생진적첩’(삼성문화재단)에 실린 ‘계상정거’는 이황의 도산서당을 그린 것으로 1000원권 화폐 뒷면 그림이기도 하다.
문인으로서 겸재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은 ‘퇴우이선생진적첩’이다. ‘퇴우이선생’은 유학자 이황과 송시열의 아호 ‘퇴계’와 ‘우암’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겸재 그림 4면과 퇴계 이황 친필의 ‘회암서절요서’ 초본, 이를 보고 쓴 우암 송시열의 발문, 겸재의 둘째 아들 정만수의 발문, 이병연의 제시가 합쳐진 서화첩이다. 겸재는 이황의 도산서당을 그린 ‘계산정거’, 외할아버지 박자진이 송시열을 찾아 발문을 요청하는 장면을 그린 ‘무봉산중’, 박자진의 집을 그린 ‘풍계유택’, 본인의 집을 그린 ‘인곡정사’를 차례로 담았다. 김 연구원은 “퇴계 이황에서부터 이어진 문인의 뿌리를 강조하고 자신의 집안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 주는 예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화첩 형태라 한 번에 한 점밖에 전시를 못하다 보니 옆에 디지털 화첩을 마련해 하나씩 확대해가며 전부 살펴볼 수 있게 했는데, 계상정거의 경우 크기는 작지만 대표작으로 꼽히는 데다 1000원권 화폐 뒷면 그림이기도 하다 보니 관람객들이 줄 서서 본다.

‘사직송’(고려대학교박물관)은 노송 한 그루만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 드문 사례로, 실제 사직단에 있는 소나무를 그린 것이어서 매우 흥미롭다.
이어 주변에 흔한 꽃과 새, 곤충과 풀·나무, 동물과 풍경 등을 그린 화훼영모화, 사대부의 충절과 더불어 십장생 중 하나로 장수를 의미하는 소나무 그림, 겸재의 영향을 받은 화가들의 그림까지 전시됐다. 금방이라도 솔방울을 들고 가버릴 것 같은 다람쥐(겸현신품첩)는 물론, 오이를 이고 가는 고슴도치(자위부과도), 겉날개는 물론 속날개까지 투명하게 그려진 매미(송림한선도) 등의 섬세한 묘사가 눈길을 끈다.
전시를 기획한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전시에 나온 모든 작품이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예술가로서의 겸재, 문인으로서의 겸재를 아울러 보여주는 퇴우이선생진적첩을 주의 깊게 보면 좋겠다”며 관람팁을 전했다. “겸재는 교과서에도 나오고 조선 후기 시대적 상황을 잘 보여주는 작가이기도 해 감상의 즐거움은 물론 역사공부 등 여러 면에서 어린이·청소년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품 시기별로 변화를 따라가도 재밌겠지만, 서울에 산다면 압구정·송파진·세검정 등 주변 동네 찾기처럼 자기에게 흥미로운 그림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거고요. 워낙 유명한 그림들이다 보니 한 번은 그림만 보고, 인터넷이나 책 등을 찾아 그림에 대해 알아본 뒤 다시 한 번 보는 것도 추천해요. 또 진경산수화만 보고 넘어가지 말고, 뛰어난 관찰력과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화훼영모도·초충도 등 그의 새로운 면모도 살펴보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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