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창용 “경기부양 시급, 구조개혁도 해야...새정부 리더십 발휘하길”

본문

17497022450706.jpg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창립 제75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커져가는 저성장 위기에 경기부양이 시급하다면서도 반드시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조개혁은 사회적 충돌이 불가피한 만큼 새 정부에 갈등 조정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건설투자는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행은 이러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만큼 경기부양 정책이 시급해졌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6개월간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강화, 12ㆍ3 비상계엄 이후 정치 불안 등 대내외적 충격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면서다.

다만 이 총재는 “급하다고 경기부양 정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 역시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과도하게 낮추면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면서다. 그는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고 있다”며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고 부동산 과잉투자를 용인해 온 과거의 관행을 떨쳐내야 한다”고 했다. 또 달러당 원화값이 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안정됐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 주요국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성장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고 경기변동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구조개혁은 항상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할 수 없으며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승자와 패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새로 출범한 정부가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간 한은이 제안 해 온 거점도시 육성, 지역별 비례선발제, 고령층 계속고용, 돌봄 서비스 개선, 주택연금 활용 방안 등이 정말 ‘좋은 정책’이 되려면 충분한 조율과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은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고 미래 도전 과제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그 중 하나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이 미래금융의 모습으로 제안한 ‘Finternet(금융의 인터넷화ㆍ은행, 증권, 간편결제, 보험 등으로 분절된 서비스를 하나의 통합 인터페이스로 연결해 사용자 중심의 실시간 금융관리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소개하면서 이를 실행하려면 디지털 화폐 기반이 필요하고, 그 중심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이 있다고 짚었다.

여권 내에서 추진하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선 “핀테크(금융기술) 산업의 혁신에 기여하면서도 법정화폐의 대체 기능이 있는 만큼, 안정성과 유용성을 갖추는 동시에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여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주요국 중앙은행 등과 함께 국가간 송금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13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