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홉은 12회에 걸친 북미투어로 3500만 달러의 티켓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 솔로 가수 사상 가장 높은 북미 투어 매출이다. 사진 빅히트 뮤직

“Let it rain, and clear it out.”(비가 오면 털어내지 뭐)
비가 오락가락하던 13일 오후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제이홉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첫 빌보드 핫100 곡 ‘치킨 누들 수프’의 가사처럼 촉촉한 비를 무대효과로 삼아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소나기를 맞으며 그는 “여러분이 흘리는 게 땀인지 비인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게 놀아보자”며 함성을 끌어올렸다.

이번 공연은 15개 도시 약 47만 명과 함께한 월드투어 ‘홉 온 더 스테이지’의 앙코르 무대로, 13~14일 이틀간 총 5만4000명이 입장했다. 3개월 전 서울에서 투어의 시작을 알렸던 제이홉은 다시 만난 한국 팬들의 환호에 감격했고, 한층 자연스러워진 영어 멘트로 전 세계 관객들과 소통하며 무대에 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영어로 샬라샬라 했지만 한국어 하는 순간이 마음이 제일 편하다”고 웃었다.

13일 펼쳐진 정국과 제이홉의 스페셜 무대에 팬들의 함성이 커졌다. 사진 빅히트 뮤직

무대에서는 13일 오후 1시에 공개된 신곡 ‘킬린 잇 걸’의 첫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섹시한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운 이 곡은 ‘스위트 드림스’, ‘모나리자’에 이어지는 제이홉표 3부작 사랑 노래의 완결판이다. 여성 댄서와의 밀착 댄스 퍼포먼스 구간에는 팬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가수 크러쉬가 게스트로 나선 2회차 공연에서는 상의를 풀어헤치고 복근을 공개하며 열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특히 방탄소년단 데뷔일에 펼쳐진 13일 공연에는 멤버 전원이 관객석을 채웠다. 제이홉이 ‘마이크 드롭’, ‘뱁새’ 등을 부를 때 멤버들은 객석에서 단체로 춤을 추며 유쾌한 장면을 연출했다. 11일 전역한 정국은 무대에 올라 ‘아이 원더’와 ‘세븐’을 선보이며 여전한 라이브 실력과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진은 앙코르 무대에서 정국, 제이홉과 함께 유닛곡 ‘자메 부’를, 이어 솔로곡 ‘돈 세이 유 러브 미’와 그룹곡 ‘봄날’을 열창해 무대를 빛냈다.

진과 제이홉은 '봄날'을 부르며 손을 맞잡았다. 사진 빅히트 뮤직

진은 “데뷔일이라 무대에 꼭 서고 싶었고, 그래서 제이홉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부탁했다”며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국도 “1년 6개월 동안 정말 보고 싶었다.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을 만큼 함성 소리가 크다.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도 모든 게 새롭게 느껴진다”고 인사했다.

제이홉 콘서트와 같은 기간 오전부터는 고양시 일대에서 방탄소년단 데뷔 11주년을 기념하는 ‘BTS 페스타’ 축제가 열렸다. ‘BTS 페스타’는 방탄소년단의 데뷔 일을 기념하는 연례 축제로, 팬들과 함께한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자리다. 일산호수공원에는 포토존이 설치됐고, 일산서구청과 고양관광정보센터에는 축하 현수막이 걸렸다.

제이홉은 지난 3월부터 시작한 투어 기간에 맞춰 '스위트 드림스', '모나리자', '킬린 잇 걸'까지 3달 사이 세 곡을 발표하는 광폭 행보를 펼쳤다. 사진 빅히트 뮤직

킨텍스에서는 팬들이 멤버들의 음악 취향을 알아보고 방탄소년단의 성과를 되짚어보는 13개의 전시 부스가 마련돼 전 세계에서 약 10만 명의 팬이 현장을 찾았다. 특히 멤버들의 육성 메시지를 들을 수 있는 ‘보이스존’ 부스에 줄이 길었다. “아미(방탄소년단 팬덤)~ 여러분들이 그리웠고,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습니다. 우리 멤버들과 열심히 준비해서 여러분들 힘낼 수 있게 해드릴게요! 사랑합니다”라는 메시지에 눈물을 보이는 팬들이 많았다.

13~14일 고양시에서 열린 'BTS 페스타' 현장에 팬들이 몰려들었다. 사진 빅히트 뮤직

필리핀에서 온 팬 클로딘 씨는 “2016년 뷔가 출연한 KBS2 드라마 ‘화랑’을 통해 방탄소년단을 알게 됐고 그 이후로 아미가 됐다. 이번 첫 한국 방문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더 깊이 알게 된 것 같고 성장한 기분이다. 팬이 되어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연 말미, 제이홉은 “멤버들은 내게 정말 소중한 존재다. 이들이 없다면 나도 없고, 여러분이 없다면 우리 팀도 없다.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라고 말했다. 관객석에 앉아있던 RM, 뷔, 슈가, 지민은 하트를 그리며 화답했다.

공연장을 꽉 채운 팬들 모습. 사진 빅히트 뮤직

이어 제이홉은 “멤버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점이 되면서, 앞으로 여러분께 보여드릴 것이 정말 많아질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며 “내가 움직이고 있는 한 계속해서 좋은 무대,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겠다. 사랑한다”고 또 다른 만남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