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문화 궁금한 세계인들…그들에게 답해줄 K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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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테이트 모던에 전시 중인 서도호의 실물 크기 한옥 탁본. [사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개관 25주년을 맞은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는 10월 19일까지 서도호(63) 특별전이 열린다. 미술관에 종이로 만든 실물 크기 한옥이 들어섰다. 그가 유년기를 보낸 서울 성북동의 한옥 외벽을 종이로 덮고 흑연과 색연필로 문질러 탁본한 ‘러빙/러빙: 서울 홈(Rubbing/Loving: Seoul Home)’이다. 테이트 모던은 또 미술관의 역사를 대표하는 소장품 25점을 선정했는데, 뒤샹의 ‘샘’(1917), 달리의 ‘랍스터 전화’(1938), 마티스의 ‘달팽이’(1953) 등과 함께 김아영(46)의 영상 ‘딜리버리 댄서의 구’(2022)도 포함됐다. 작가의 코로나19 경험에서 출발, 배달 플랫폼 ‘딜리버리 댄서’ 소속의 여성 배달 라이더를 주인공으로 플랫폼 노동의 현실을 담았다.

김아영은 올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8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제3회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그의 대표작 ‘딜리버리 댄서’ 시리즈의 주요 장면이 담긴 수상 축하 영상이 한 달 가량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LG 전광판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오는 11월엔 뉴욕 MoMA의 PS1 분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한옥부터 배달기사까지, 오래되고 새로운 한국의 이야기를 담은 미술에 세계 미술관들이 주목하고 있다. 집을 매개로 살펴보는 기억, 서비스 노동자의 지위 등 특수한 듯 보편적인 이야기를 탁본, AI 영상 등 독창적 방식으로 담아낸 작품들이 널리 공감을 얻었다.

세계 미술의 흐름을 바꾼 한국인으로는 백남준이 첫손에 꼽힌다. 그의 혁신은 이우환·이불·서도호·양혜규의 도전으로 공고하게 이어졌다. 산업화의 뒤안길에 잊혀진 여성 노동자들을 다룬 영상 ‘위로공단’으로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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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지난해 이불의 조각 네 점을 미술관 건물 정면 외벽 오목하게 파인 곳(니치)에 전시했다. [연합뉴스]

컬렉터를 통한 한국 미술의 스토리텔링도 이어진다. 오는 11월 미국 스미스소니언에서 시작, 시카고 미술관, 영국박물관으로 순회하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다. 전시를 기획 중인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의 체이스 로빈슨 관장은 지난달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며 “높아가는 관심을 극대화할 방안은 꾸준한 전시뿐이라 여겨 한국 미술 담당 큐레이터도 임명했다”고 말했다.

한국 미술의 성장과 함께 기업의 아트 마케팅도 다변화했다. 서도호의 테이트 미술관 전시 이름은 ‘제네시스 익스비션 서도호: 집을 걷다’, 제네시스 후원 전시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도 중장기 파트너십을 체결, ‘더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이라는 이름으로 미술관 입구에 이불의 조각 4점을 설치했다.

지난해 테이트 모던의 명물 터빈홀에서는 ‘현대 커미션: 이미래: 열린 상처(Open Wound)’가 열렸다. 현대차가 2014년 체결한 장기 파트너십에 따른 전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가인 스테파니 딘킨스, 대만 출신의 슈리칭에 이어 김아영을 제3회 수상자로 선정한 LG 구겐하임 어워드도 마찬가지다.

2010년 삼성그룹이 뉴욕 구겐하임 뮤지엄에 아시아 미술 담당 큐레이터를 지원하던 때와 비교하면 참여 기업도, 형식도 다양해졌다. 당시 구겐하임은 알렉산드라 먼로 삼성 아시안 아트 수석 큐레이터를 임명, 2011년 이우환 회고전을 열었다.

그러나 지난해 LA카운티미술관이 이중섭·박수근 등의 위작 의심작을 기증받아 ‘한국의 보물들’ 전시를 여는 등 설익은 관심의 위험성도 드러났다. 해외에서 한국 미술이 여전히 낯설고, 한국 미술 전문가들의 역량과 입지가 약한 탓이다. 김환기의 전면점화 ‘우주’(1971)가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153억원에 팔리면서 한국 미술품 경매 100억원 낙찰 시대를 열었지만, 그 수요가 한국이나 아시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 미술이 더 알려지고, 보여지기 위해선 연구의 뒷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외 박물관 한국실 운영 지원사업’을 통해 미주·유럽·아시아 등 10개국 23개관의 한국실 운영을 개선하고 전문가를 파견하는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조앤 기 뉴욕대 미술사대학원 원장은 “한국 미술의 성장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한국 전문가가 아닌 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미술사를 구축해 국제 미술의 담론장에서 반박할 수 없도록 자리잡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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