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TQL 스타디움 전광판에 표기된 스코어. 오클랜드 시티가 바이에른 뮌헨에 0-10으로 끌려갔다. [로이터=연합뉴스]

오클랜드 시티(뉴질랜드)가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첫 경기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10골을 내주며 대패를 당했다.

오클랜드 시티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TQL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뮌헨에 0-10으로 졌다. 대회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다. 종전 기록은 2021년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이 알자리자(아랍에미리트)를 6-1로 이긴 경기다.

오클랜드 시티는 슈팅 수 1대31, 점유율 28%대72%로 크게 밀렸다. 오클랜드 시티 앵거스 킬콜리의 유일한 슛은 뮌헨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에 손쉽게 막혔다. 해설위원 스티브 맥매너먼는 후반전에 “두 자릿 수 득점 차이가 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럭비의 나라고, 오클랜드 시티는 세미프로 아마추어 팀이다. 반면 바이에른 뮌헨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6회 우승팀이다.

오클랜드 시티 골키퍼 코너 트레이시가 뮌헨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 [AP=연합뉴스]

골키퍼 코너 트레이시의 선방이 없었다면 오클랜드 시티는 더 많은 실점을 내줄 뻔했다. 트레이시는 평소 낮에는 동물 약품 창고 관리자로 일한다. 조 추첨 때 뮌헨과 한 조에 속하자 그의 형은 트레이시에게 “해리 케인(뮌헨 공격수)이 너한테 10골을 넣을거야”라고 농담했다. 케인은 이날 골을 넣지 못했다.

오클랜드 시티의 조던 베일은 교사고, 해리스 젭은 배달원이다. 젭은 지난달 FIFA와 인터뷰에서 “차에 택배를 싣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면 개들이 미친 듯이 날 쫓아온다. 다음달 뮌헨과 경기를 하는데, 마치 이중생활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장 마리오 일리치는 코카콜라 영업사원으로 일한다. 선수단에는 교사와 부동산 중개사, 보험 중개사 등도 포함됐고, 대회 기간 호텔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대학생도 있다. 다수의 투잡을 뛰는 오클랜드 시티 선수들은 휴가를 내고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왔다.

오클랜드 시티 축구선수 마리오 일리치는 코카콜라 영업사원으로 일한다. [사진 SNS 캡처]

뉴질랜드 아마추어 선수들의 주급은 12만원 정도에 불과한데 이들이 뮌헨 공격수 케인의 주급 7억4000만원을 받으려면 117년이 걸린다. 오클랜드 시티 선수단 시장가치는 72억원으로 뮌헨(1조3670억원)과 20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뮌헨 공격수 마이클 올리세는 ‘오클랜드에 대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나’란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세아니아 챔피언스리그 13회 우승팀 오클랜드 시티는 2021~24년 오세아니아 대륙 랭킹 1위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같은 대륙 호주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속한 덕분에 오클랜드 시티가 그동안 FIFA 클럽월드컵에 13차례나 참가했다. 오클랜드 시티는 남은 조별리그에서 벤피카(포르투갈),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를 상대해야 한다.

오클랜드 시티 선수들. [AP=연합뉴스]

FIFA는 올해부터 대회 참가팀을 6~8팀에서 32팀으로 확대하면서 ‘최고 대 최고’, ‘세계 최고 32개 클럽’이라고 홍보했지만, 대회 둘째날 세계클럽랭킹 6위 뮌헨과 5074위 오클랜드 시티의 극명한 수준 차로 대회 형식에 대한 의문 더 커졌다. 야후스포츠, BBC 등 외신들은 “축구 역사상 가장 큰 미스매치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반면 “오클랜드 시티 선수들이 축구에 대한 열정은 다른 누구와도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