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립스틱으로 짚은 경제의 맥…레너드 로더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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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 로더(왼쪽)와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브랜드로 성공한 바비 브라운. [중앙포토]

에스티로더를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의 하나로 성장시킨 레너드 로더 명예회장이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에스티로더는 성명을 내고 로더 명예회장이 지난 14일 가족들 곁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로더는 부모가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설립한 이 회사를 이끌면서 크리니크, 아베다, 맥 코스메틱스, 톰 포드 뷰티, 바비 브라운, 조 말론 런던, 라 메르 등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거나 인수합병을 주도하며 회사를 크게 성장시켰다.

그가 지난 1958년 회사에 합류했을 때 연간 매출은 80만달러(약 11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약 반세기 후인 2009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때 에스티로더의 매출은 73억달러(약 10조원)에 달했다. 2023년 3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로더의 순자산은 262억달러(약 35조9000억원)로 뉴욕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기록됐다.

그는 2001년 ‘립스틱 지수’라는 경제지표를 창안해 명성을 얻기도 했다. 경제 침체기에도 화장품, 특히 립스틱 구매는 경기와 반비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화장품 중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편인 립스틱을 구매하면서 아름다움에의 욕구를 채우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데 착안했다. 얇아진 지갑 때문에 다른 구매는 줄일 수 밖에 없어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확실한 립스틱을 구매하는 경향을 포착해 낸 것이다. 이는 숫자로도 확인됐다. 실제로 미국이 9·11 테러를 겪은 뒤인 2001년 가을 미국의 립스틱 판매는 11% 증가했으며, 앞서 대공황 때는 화장품 전체 판매가 25% 늘어났다.

미술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는 지난 2013년 자신이 수집해온 파블로 피카소 등의 입체주의 작품 78점을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기증해 화제가 됐다. 당시 기증한 미술품들의 가치는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로 추산돼 당시 해당 미술관 역사상 최대 규모 기증으로 기록됐다.

그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재단을 설립하는 등 광범위한 자선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의 첫 번째 아내 에블린(2011년 별세)은 ‘핑크리본’ 캠페인으로 유명한 유방암 퇴치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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