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산에 '이른둥이' 늘어나는데…"기저귀 없다&…
-
5회 연결
본문

신생아중환자실(NICU)에 입원한 신민정씨 둘째 딸 이시현양. 임신 26주 만에 600g로 태어난지 5주 뒤 찍은 사진이다. 신민정씨 제공
지난 3월 4일 신민정(34)씨는 출산예정일(6월 6일)보다 약 90일 일찍 둘째 딸 이시현양을 낳았다. 임신 26주 만의 출산이었다. 배 속에 있을 때 활발했던 태동은 예정일을 석 달 앞두고 갑자기 둔해졌다. 병원에선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양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했다. 신씨는 진료를 마친 지 약 세 시간 만에 제왕절개 수술로 시현양을 출산했다. 체중은 약 600g이었다.
시현양처럼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나거나 2.5㎏ 미만의 ‘이른둥이’들은 신생아 평균 체구로 자랄 때까지 전용 기저귀를 사용해야 하지만, 제조 업체가 한정돼있어 부모들이 종종 불편을 겪는다. 대형병원 신생아 중환자실(NICU) 등은 보통 이른둥이 전용 기저귀를 준비해두지만, 조리원 입소나 퇴원 뒤에 사용할 기저귀를 마련하지 못한 경우다. 신씨는 “기저귀는 반드시 필요한 물품인데 시중에 판매되는 가짓수가 적어 선택이 제한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임신 34주 만에 2㎏ 체중의 남자 아이를 낳은 박모(37)씨도 “조리원에 예정된 일정보다 일찍 들어가면서 이른둥이 기저귀를 구매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주말과 겹쳐 급히 동네에서 중고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이른둥이들이 일반 기저귀를 착용할 경우 배설물이 새 피부 질환을 일으키거나 외부 감염 요소가 피부 상처를 통해 혈액으로 침투해 패혈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체온을 유지하거나 제대로 자세를 잡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평균 체중에 도달할 때까지 보통 20~30㎝ 길이의 전용 기저귀를 차야 한다.

유한킴벌리가 생산한 이른둥이 기저귀. 사진 유한킴벌리
하지만 이른둥이 전용 기저귀를 제작하는 국내 업체는 거의 없다. 유한킴벌리가 유일하게 2017년 “기저귀를 작게 만들어달라”는 NICU 간호사의 메일을 받고 전용 제품을 개발했다. 전까지 이른둥이 부모들은 일반 기저귀의 윗부분을 자르거나 접어서 사용했다고 한다. 유한킴벌리는 두 달에 한 번씩 공장 생산라인을 멈춘 뒤, 전용 기저귀를 만들어 전국 NICU에 기부하거나 자사 인터넷 쇼핑몰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한 기저귀 업체 관계자는 “제품이 작고 섬세하게 만들어야 해 생산 속도가 느린 데다 시장성도 떨어져 개발·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생아 중 이른둥이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기저귀 조달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202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한 ‘미숙아 건강통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출산 중 이른둥이가 태어난 비중은 2011년 6%에서 2021년 9.2%로 10년 사이 50% 가까이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신생아 중 미숙아(조산·저체중) 출생률은 약 1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이른둥이가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산모의 고령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초혼 연령이 증가하면서 전체 출산에서 만 35세 이상 산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27.6%에서 2023년 36.3%로 늘었다. 산부인과 학계에선 만 35세 이상 산모의 경우 임신성 고혈압과 당뇨, 임신중독증 등 합병증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본다. 합병증으로 건강이 악화할 경우 조기 분만을 해야 한다.
또 난임 시술이 늘면서 다태아(多胎兒) 임신이 증가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난임 시술을 할 경우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배아를 여러 개 이식하는데, 이 때문에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도 높아진다. 다태아는 한정된 산모의 양분을 빠르게 소진해 조산하는 비율이 높다. 차병원에 따르면, 조산으로 태어난 비율은 단태아 8%, 쌍둥이 53%, 세쌍둥이 92%로 점점 증가했다.

세종 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 사진 세종 충남대병원
이병국 세종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기저귀 업체들이 제작에 나서고 시민이 구매하기에 비용 부담이 큰 경우 정부가 보조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에 손해를 바랄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특수 제작 때문에 부담하는 비용이 이윤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채권 발행, 대출 등에 특혜를 주거나 영향 투자(Impact Investing)를 활발히 해야 한다”고 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