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갈색 접시 들고 응원…요즘 대세 달라진 축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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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는 지난달 24일부터 프로축구단 성남FC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의 매점과 푸드트럭에 다회용기를 도입했다. 다회용기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자원순환관리사와 자원봉사자들을 곳곳에 배치해 반납 절차 등도 안내하고 있다. 성남시
최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관중석은 떡볶이, 치킨 등 간식이 담긴 연갈색 접시를 든 축구 팬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16일 성남시에 따르면 이 접시는 성남시가 지난달 24일부터 성남FC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 내 4곳의 매점과 푸드트럭 5곳에 도입한 다회용기다. 한 경기당 접시 1000개, 컵 1000개씩 올해 연말까지 총 13개 경기에 2만6000개를 도입한다. 빈 다회용기는 경기장 진입로 등 곳곳에 설치된 8곳의 반납함에 차곡차곡 쌓였다.
성남FC 팬이라는 김유진(53)씨는 “예전보단 경기장의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자원순환관리사와 자원봉사자 28명을 곳곳에 배치해 안내하고, 성남FC도 경기 중간에 다회용기 반납 인증 추첨 이벤트 등을 진행했더니 다회용기 회수율이 97%에 달한다”며 “다회용기 도입 이후 플라스틱류 배출량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는 지난달 24일부터 프로축구단 성남FC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의 매점과 푸드트럭에 다회용기를 도입했다. 다회용기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자원순환관리사와 자원봉사자들을 곳곳에 배치해 반납 절차 등도 안내하고 있다. 성남시
‘쓰레기산’으로 몸살을 앓았던 경기장이 변하고 있다. 다회용기를 도입하면서 일회용품이 배출량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공공기관은 물론 축제·행사장에도 다회용기가 보급되면서 친환경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11일부터 경기장 내 모든 푸드트럭과 매점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지난달 11일·25일과 지난 1일 등 3차례 경기를 치르는 동안 폐기물이 308㎏이 줄었다. 다회용기 7530개의 회수율도 98%에 이른다. 경기도주식회사 관계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프로축구 수원삼성블루윙즈의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다회용기를 제작했더니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충남아산FC 홈구장인 이순신종합운동장과 대전하나시티즌의 홈구장인 대전월드컵경기장 등도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프로야구도 다회용기 붐이 일고 있다. 경기 수원 KT위즈파크·인천 SSG 랜더스필드 등 대한민국 프로야구리그 KBO 총 9개 구장 중 7개 구장이 다회용기를 사용한다. SSG랜더스 관계자는 “매점주들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지원하면서 경기장 내 39개 매장 중 31곳이 다회용기를 사용한다”며 “참여하지 않는 매장은 브랜드 규정이나 음식 크기와 용기가 맞지 않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경기도
다회용기가 가장 먼저 도입된 곳은 배달업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유행으로 비대면 배달 수요가 폭발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하자 다회용기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2021년부터 공공배달앱인 배달특급을 통해 다회용기 사업을 펼친 경기도는 지난해에만 약 24만건의 다회용기 주문이 접수됐다. 이후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의 공공기관 등이 텀블러와 머그컵 사용에 나서고 장례식장 등 다중 이용시설에서도 다회용기가 보급됐다.
몇년 전부터는 지역 축제와 대학 축제 등에도 다회용기가 제공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자체 축제 1170개 중 340개 축제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했다. 지난 4월 25~27일 열린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산나물 축제는 다회용기 사용으로 쓰레기 발생량은 예전보다 9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양평군 관계자는 “축제 방문객 620명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사용에 대해 조사했는데 응답자의 92%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경기 양평군은 지난달 25~27일 용문산관광지 등에서 진행한 용문산 산나물축제에서 다회용기 20만개를 사용했다. 양평군
문제는 다회용기 회수율이다. 반납함이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하다 보니 회수율이 50~60% 정도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다회용기를 일회용품으로 착각해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각 기관은 다회용기 반납기 수를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회용기에 500원~1000원 정도의 보증금제를 도입한 곳도 있다. 2023년 다회용기 회수율이 60%에 그쳤던 경기도는 반납기를 두배 이상 늘리고 점심시간마다 다회용기 사용 캠페인을 벌이면서 현재 회수율이 93~98%로 올랐다. 경기도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기관이나 행사장 중심의 다회용기 사용에서 벗어나 카페나 식당 등 일상에서도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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