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흥업소서 접대부 불러 관리비 펑펑" 현수막…대법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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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의혹이 있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에 대해 “유흥업소를 드나들며 접대부를 불렀다” 등의 현수막을 내건 행위가 명예훼손·모욕에 해당한다는 1·2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뒤집혔다. “공익에 관한 중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합치되면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위법성이 없어진다”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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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A씨가 입주자대표회 감사 B씨와 ‘관리비 바로잡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C씨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모욕 혐의 상고심에서 “원심은 모욕과 명예훼손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사건은 부산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2018년 3월 입주자대표회장으로 선출된 A씨의 횡령 의혹에서 불거졌다. B씨는 2020년 3월부터 한 달간 실시한 회계 및 관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를 바탕으로 “A씨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를 불법, 부당하게 지출하는 등 위법사항이 있다”는 감사보고서를 게시했다.

A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B씨는A씨를 업무상 횡령으로 수사기관에 고소했고, 같은 해 10월부터는 구체적인 해임 사유가 기재된 해임절차 동의서에 입주자 394명의 동의를 받아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 해임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B씨의 업무상 횡령은 2022년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항소를 포기해 확정됐다.

이 중 쟁점이 된 건 횡령 논란 과정에서 B·C씨가 게시한 문구다. 이들은 입주민이 오가는 곳에 “진실은 회장님께서 거짓으로 우리 입주민들을 속이고 우롱하고 다수의 유흥업소 드나든 사실과 접대부를 부르고 양주를 마시면서 우리의 피 같은 관리비를 법과 규약을 어기면서 물 쓰듯 펑펑 썼다는 것입니다”, “미쳤구나 입주자대표회장”, “당신에겐 회장이란 말 쓰기도 부끄럽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A씨는 해당 게시글이 명예훼손과 모욕이라며 소를 제기하게 됐다.

2023년 1심은 명예훼손과 모욕을 인정해 각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미성년자들도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굳이 접대부 관련한 부분을 강조한 점 등의 행위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거나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당행위라 보기 어렵다”면서다. 같은 해 8월 2심 역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항소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무죄 쪽으로 해석했다.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 사유를 규정한 형법 310조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에서 “‘진실한 사실’이란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다.

즉, “‘A씨가 입주자대표회의 관리비를 임의로 사용하였다’는 문구는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므로 ‘진실한 사실’”이며 “‘유흥업소 드나든 사실과 접대부를 부르고 양주를 마시면서’ 등의 표현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라는 공적인 업무를 수행할 자질과 도덕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다소 과장된 감정적 표현이나 의견 표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모욕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미쳤구나’와 ‘당신에겐 회장이란 말 쓰기도 부끄럽습니다’라는 표현은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 또는 무례한 표현에 해당할 뿐 A씨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B·C씨의 행위가 “A씨의 자진 사퇴를 통해 입주자대표회의의 정상화를 도모하여 입주민 공동의 이익을 보호함과 동시에 피해복구를 위한 정당한 조치를 취한다는 이유로 현수막 등을 설치한 것으로 보이므로, 그 주된 의도와 목적의 측면에서 공익성도 충분히 인정된다”며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환송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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