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7년 전 '북핵' 이번엔 '이란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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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조기 귀국했다. 전날 회의장이 있는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 도착한지 만 하루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 골프장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기 귀국의 이유는 핵 협상 도중 이스라엘과 상호 보복전을 펼치고 있는 이란 때문이다. 그는 2018년 G7 회의 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비핵화 회담을 이유로 회담장을 먼저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 일정을 앞당기면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대면 회담도 불발됐다.
7년만에 또 ‘핵 문제’…대상은 북한서 이란으로
당초 미국과 이란은 지난 15일 오만에서 핵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 등을 공습한 뒤 협상이 무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회담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을 발표하기 전 소셜미디어(SNS)에 “이란은 내가 서명하라고 말했던 ‘거래(deal)’에 서명했어야 했다”며 “간단히 말한다면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모두 즉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대피하라”고 했다.
이에 앞서 베트남으로 향하던 니미츠함(CVN-68) 항공모함 전단은 선수를 중동으로 돌렸다. 공중급유기도 일제히 중동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 간의 핵) 합의에 서명이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고, 이란이 서명하지 않는다면 멍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스라엘 아이언돔 방공 시스템이 가동되는 가운데 이란의 미사일 일부가 요격망을 뚫고 건물을 타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개입’ 가능성에…이란, 다급히 “협상하자”
이란은 이스라엘에 제공권을 장악 당한 후로도 교전을 지속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모전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이스라엘이 외교적 해결을 모색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전제는 공습이 미국의 도움 없이 전개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의 소개령(疏開令)까지 나오자, 이란은 다급하게 “상호 공격 중단과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의 록키 마운틴 리조트 마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러나 ABC방송 인터뷰에서 “그들은 회담 중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두 가지 실존적 위협(핵무기·탄도미사일)을 조성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대(對)이란 강경론을 이어갔다. G7 정상들도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란에 대해선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분명하고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입장을 내놨다.
귀국 즉시 NSC…“벙커버스터 지원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 결정과 동시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회의에선 이스라엘이 지원을 요청한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에 대한 지원 여부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외교적 노력이 무산되거나 이란이 우라늄 농축 중단을 거부할 경우, 이란의 지하 핵시설 등을 정밀 타격할 벙커버스터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중인 미 항공모함 USS 니미츠호(CVN 68). 니미츠호는 베트남에 정박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은 이미 이란의 지하 핵시설이 있는 포르도에 B-2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해 13.6t에 달하는 GBU-57을 투하하는 시뮬레이션을 실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 작전이 실행될 경우 미국은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란은 지난 11일 “미국의 모든 역내 기지가 사정거리 내에 있다”며 미국에 대한 직접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서방 선진국 회의서 ‘중국·러시아’ 옹호
조기 귀국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7년 만에 복귀한 G7 무대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주최국인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의 G7 참여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라며 “미국 다음으로 큰 경제대국인 중국을 왜 여기에 두지 않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왼쪽부터)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케이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16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 기념 촬영을 위해 입장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조기 귀국 결정에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에 대해선 “만약 러시아가 G7에 남아 있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러시아를 제외한 것은) 정치적 차원을 넘어 매우 큰 실수”라고 주장했다. 대러 추가 제재를 요청한 유럽을 향해선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반대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 이후인 2014년 G8 자격이 정지된 상태다.
‘마이웨이’ 밝히고 떠난 트럼프…허탈해진 세계 정상
트럼프 대통령이 이탈하면서 관세 협상을 시도하려던 각국의 정상들은 허탈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한 목소리로 무역 전쟁 완화를 요구하려고 했지만, 논의의 장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오전 공식 세션 이후 독일의 고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참석자들이 관세 분쟁을 빨리 끝내달라고 요청했다”며 “분쟁은 G7 경제를 약화하고 결국 중국만 강화할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무역 분쟁을 조속하고 완전히 끝낼 것을 촉구했다”고 공개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나는 관세주의자(tariff person)”라며 관세에 대한 강경론을 재확인했다.
“유일한 승자는 영국”…한·미 정상회담 불발
그나마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유일한 승자’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지난달 합의한 양국간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고율의 상호관세가 예고된 타국과 달리 영국은 10%의 관세가 적용된다. 25%인 자동차 관세 역시 연간 10만대까지는 10%만 부과하기로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역협정에 서명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떨어뜨린 협정문 서류를 급하게 집어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문을 꺼내는 과정에서 서류를 떨어뜨리자 허리를 숙여 서류를 집어들고는 “이건 매우 중요한 문서”라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와 영국 정상 외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별도 회동했다. 캐나다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상호 호혜적 결과가 중요하다”며 관세 협상을 예고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별도 회담을 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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