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예비역 삼총사’ 이정용-배제성-구창모 “나를 돌아본 1년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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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정용과 KT 배제성, NC 구창모(왼쪽부터)가 17일 국군체육부대에서 제대했다. 지난 12일 만난 이들이 경례 자세를 취하며 복귀 각오를 다지고 있다. 문경=고봉준 기자

“스스로 단단해진 시간이었습니다. 오래 기다려주신 만큼 성적으로 보답해야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6개월이란 시간. 누구는 자신을 되돌아봤고, 또 다른 이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다. 잠시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유니폼을 내려놓고 병역의 의무를 마친 ‘예비역 삼총사’ 이정용(29·LG 트윈스)과 배제성(29·KT 위즈), 구창모(28·NC 다이노스)를 지난 12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만났다.

2023년 12월 입대해 상무에서 동고동락한 뒤 17일 나란히 전역한 이들은 “입소했을 때만 하더라도 ‘언제 제대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이 오기는 왔다. 민간인으로 돌아와 기쁘다”면서 “몸은 여기 있었지만, 마음의 눈은 늘 KBO리그를 향했다. 빨리 소속팀으로 돌아가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정용과 배제성, 구창모는 입대 전까지 1군에서 활약하던 동갑내기 투수들이다(이정용과 배제성은 1996년생, 구창모는 1997년 2월생). 오른손 셋업맨 이정용은 2021년 15홀드를 거두며 필승조로 자리매김했고, 이듬해에는 22홀드를 수확하고 LG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이정용의 성남중-성남고 동기인 배제성은 매년 10승 안팎의 승리를 책임진 핵심 선발투수다. 2021년 KT의 통합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왼손 에이스 구창모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2019년 10승을 올렸고, 2020년에는 전반기에만 9승을 거둬 NC 통합우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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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체육부대 선수단이 12일 롯데 2군과의 홈경기를 마치고 전역자들의 마지막 경기를 축하하는 사진을 찍고 있다. 문경=고봉준 기자

이처럼 각자의 소속팀을 정상으로 이끈 동갑내기 친구들은 지난 1년 반 동안 육군훈련소와 상무에서 함께 지내며 귀중한 인생 수업을 받았다. 입대 전까지 팔꿈치와 허리, 햄스트링 등 잔부상으로 고생했던 구창모는 “여기 있으면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초심을 되찾았다고나 할까. 훈련병 생활도 하고, 상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여러모로 많이 배웠다”고 했다. 배제성도 “냉정한 경쟁 사회에서 벗어나 모처럼 야구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됐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점호하고, 경기하고, 훈련하는 일과가 힘들기는 했어도 나중에는 큰 추억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옆에서 이를 듣던 이정용은 “군 생활이 낯설기는 했지만, 중학교 때부터 함께한 (배)제성이와 같이 지내 의지가 됐다. 다투기보다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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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입대를 앞둔 2023년 12월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정용(왼쪽)과 배제성. 둘은 성남중-성남고 동기다. 사진 KBS Joy 캡쳐

이들은 인터뷰 당일 상무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각자의 소속팀을 향한 눈치였다. 이정용은 “사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LG 선수가 아니라 팬으로 지냈다. 짬이 날 때마다 LG 야구를 봤는데 형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새로운 얼굴의 선수들이 활약하면서 내가 있을 때보다 더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내가 빨리 합류하고 싶다는 욕심도 강해졌다”고 했다. LG처럼 상위권을 달리는 KT를 보며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는 배제성은 “투수들이 워낙 잘해주고 있고,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한 선수들도 순조롭게 적응하면서 전력이 더욱 단단해졌다. KT 특유의 선발 야구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예비역이 된 이정용은 바로 1군으로 등록될 전망이다. 제자의 전역만 기다린 LG 염경엽 감독은 이정용을 바로 필승조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LG 구단은 17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성대한 이정용 환영식도 연다. 배제성은 KT 코칭스태프가 구위를 체크하고 합류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로선 6선발 투입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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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배제성과 LG 이정용, NC 구창모(왼쪽부터)가 17일 국군체육부대에서 제대했다. 지난 12일 만난 이들이 밝게 웃으며 복귀 각오를 다지고 있다. 문경=고봉준 기자

관건은 구창모인데 아직 몸 상태가 온전치 않다. 4월 2일 삼성 라이온즈 2군과의 홈경기에서 왼쪽 어깨가 타구를 맞은 뒤 아직 많은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구창모로부터 연락을 받은 이호준 감독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당분간 2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릴 구창모는 “제대가 다가왔지만, 바로 합류하지 못해 마음이 착잡하다. 일단 구속 자체는 90% 정도 올라온 만큼 투구수만 늘리면 된다”면서 “NC 경기를 보면서 저곳에서의 시간이 참 소중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빨리 몸을 잘 만들어 NC팬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난 2019년 경찰청 야구단이 해체되면서 군팀으로는 유일하게 남은 상무는 매년 100경기 넘는 일정을 소화한다. KBO리거들이 실전을 뛰면서 병역의 의무를 마칠 수 있는 곳이라 늘 지원자가 많다. 상무를 15년째 이끌고 있는 박치왕 감독은 “이정용과 배제성, 구창모 모두 성실하게 군 생활을 마쳤다. 이정용은 바로 1군 합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배제성은 팔꿈치 수술 이후 다시 구위가 살아나고 있다. 구창모는 당장 선발투수로 뛰기는 힘들어도 투구 체력을 회복하는 대로 예전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경=고봉준 기자 xxxxxxxxxxxxxxxxxxxxx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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