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국차 공습에, 내수도 급감...중견車 3사 힘겨운 수성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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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 평택시 KG모빌리티 본사에서 공개된 액티언 하이브리드 모델. 6월 19일 사전계약이 시작된다. 이수정 기자
KG모빌리티·르노코리아·한국GM 등 중견 완성차 3사가 힘겹게 수성(守城) 싸움 중이다. 불황으로 내수 판매가 위축된 가운데, 현대차·기아의 2강 체제가 강화되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까지 한국에 잇달아 진출하면서 중위권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1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견 3차의 국내 판매 비중은 7.9%(4만5177대)였다. 지난해 전체 판매 비중(8.2%)보다 감소했다. 올해 1~5월 한국GM은 6835대, KG모빌리티는 1만5290대를 팔았는데 전년동기 대비 각각 40.9%, 23.1% 감소한 숫자다. 유일하게 르노코리아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그랑콜레오스 판매 호조 덕분에 판매량(2만3052대)이 151.3% 늘었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이 17일 경기 평택시 소재 KG모빌리티 본사에서 열린 'KGM FORWARD'에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트럼프 관세 이후 수출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차·기아가 내수 판촉에 집중하면서 중견 3사 점유율이 하락세”라며 “신차 라인업 부족, 중국차 공세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BYD 하이브리드 기술 도입한 KG모빌리티
내수 점유율 회복을 위해 각사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KG모빌리티는 17일 경기도 평택 소재 본사에서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전기·하이브리드 신차 7종을 출시한다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액티언’ 등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출시해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최근 소비자 관심이 커진 다목적차(MPV)도 신규 출시할 계획이다. 판매 차량을 현재(8종)의 2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김영옥 기자
KG모빌리티의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는 중국과 기술 협력 덕분에 가능해졌다. 액티언·토레스 하이브리드에는 BYD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시스템 기반의 ‘듀얼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갔다. 중국 체리자동차와는 중·대형 SUV ‘SE10’도 공동 개발 중이다. 권용일 KGM기술연구소장은 “중국 업체와의 협력은 BYD, 체리차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협력 가능성도 열어놨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동화 대응이 경쟁사 대비 뒤처지자 중국 기술을 도입한 경우”라며 “지나치게 의존하면 중국 기술에 종속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탁생산으로 가동률 유지한 르노코리아
그나마 중견3사 중 선전한 르노코리아는 올 8월 순수 전기차 ‘세닉’을, 내년 상반기는 쿠페형 SUV ‘오로라2’(프로젝트명)를 출시한다. 하지만 판매 차종이 5종에 그쳐 라인업이 부족한 데다 그랑콜레오스 판매 편중이 심한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르노코리아는 위탁생산을 대안으로 택했다. 올해 하반기 부산 르노코리아 공장에선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중형 전기차 ‘폴스타4’의 수출 물량(연간 1만대)을 위탁 생산한다.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폴스타는 중국 대신 한국으로 생산지를 바꿨는데, 르노코리아가 이 기회를 잡았다.

부산 강서구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그랑콜레오스 등이 생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견 3사 중 상황은 가장 낫지만 수익 구조에서 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데 대한 우려가 적잖다. 중국 지리차는 폴스타 지분 63%(PSD인베스트먼트 39%, 지리홀딩스 24%)를, 르노코리아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도 지리차 ‘싱유에L’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업체의 제3국 우회생산을 경계하는 미국이 폴스타4에 고율관세를 매길 수도 있는데 그러면 위탁생산 비중이 급감해 수익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 향후 중국 자동차업계 구조조정 시기에서 여파를 받을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허리띠 졸라매는 한국GM
한국GM은 중견 3사 가운데 미국의 수입차 25% 관세 여파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미 수출 비중이 84%에 달해서다. 한국GM은 직영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유휴부지 매각을 추진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이 때문에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11일엔 회사가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GM 지부장에게 2020년 임원실 집기파손을 이유로 징계성 해고를 통보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GM 부평공장 정문 모습. 한국GM은 지난달 28일 직영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유휴 부지를 매각하는 긴축안을 발표했다. 철수설 논란에는 “생산 조절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오삼권 기자
한국GM은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와 달리 하이브리드차·전기차 생산 계획이 전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성과급 등 단기적 이익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중견 3사가 흔들리면 지역경제, 일자리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각사의 직접 고용인원은 지난해 말 기준 한국GM 1만1420명, 르노코리아 3093명, KG모빌리티 4198명 등 총 1만8711명이다. 이들의 협력업체는 전국 8600개로 약 22만5000명이 종사한다. 부산(르노코리아), 인천·창원(한국GM), 평택(KG모빌리티) 등 생산공장이 있는 지역 경제에 주는 파급력이 상당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정부·노사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도 검토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중견3사 위기를 타개할 대책이 각기 다른 만큼 세분화된 산업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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