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5억명이 매일 1시간 시청한다…스무살 유튜브 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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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유튜브(Youtube)를 TV로 보고 있는 건 ‘수년간의 노력 끝에 이룬 하룻밤의 성공’이라고 부르고 싶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유튜브 20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서면)에서 이같이 말했다. 거실을 떠나 각자의 방에서 개인용 컴퓨터(PC)와 스마트폰으로 영상 콘텐트를 소비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던 유튜브. 그랬던 유튜브가 사람들을 다시 거실로 불러 모으고 있다. 매일 전 세계 사람들이 TV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은 10억 시간 이상. 세계 인구 3분의 1인 25억 명이 한 달 평균 29시간 시청하는 유튜브는 우리의 일상적·경제적·정치적 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플랫폼이 됐다. 유튜브는 어떻게, 세계 최대 동영상 소셜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앞으로도 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20년 된 유튜브의 과거와 미래를 살펴봤다.
◆‘바보상자’의 한국 시장 정복기=2005년 봄, 친구들과 모임에서 촬영한 영상을 이메일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느낀 불편함이 시작이었다. 채드 헐리·자웨드 카림·스티브 첸 등 3명의 유튜브 공동창업자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공유하는 플랫폼을 떠올렸다. 이들은 자유분방한 성향의 ‘페이팔 마피아’(글로벌 핀테크 기업 페이팔을 설립한 핵심 멤버들을 지칭하는 말) 멤버들이었다. 세 사람은 캘리포니아 한 차고에서 밤샘 토론 끝에 새로운 플랫폼의 이름을 정했다. 텔레비전을 일컫는 속어 ‘바보상자(boob tube)’라는 단어를 변형한 ‘유튜브’가 낙점됐다. ‘당신의 모습을 방송하세요’라는 당시엔 생소했던 슬로건을 내세웠다.

신재민 기자
유튜브를 전 세계인의 플랫폼으로 성장시킨 건 구글 출신 CEO들이었다. 훗날 유튜브 3대 CEO가 돼 전성기를 이끈 수전 워치츠키가 구글 창업자들을 설득해 고작 1년 된 유튜브를 2006년 당시 전례 없는 거액(약 2조 3000억원)을 주고 인수하게 했다. 구글이 야심 차게 내놓은 동영상 서비스인 ‘구글 비디오’가 유튜브의 핵심 기술에 밀려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게 인수 배경이다. 유튜브는 어떤 웹사이트에서도 영상을 재생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렌더링(rendering)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구글에 인수된 유튜브는 구글의 광고 수익 모델과 결합하면서 돈 버는 기업으로 탈바꿈했고, 강력한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유튜브가 한국에 상륙한 건 2008년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엔 판도라TV 등 경쟁력 있는 토종 플랫폼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해 유튜브의 페이지뷰(PV)는 국내 이용자 제작 콘텐트(UCC) 시장에서 2%에 불과했다. 하지만 5년 만에 74%까지 성장하게 된다.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 통계) 일각에선 2009년 시행된 ‘인터넷 실명제’를 성장 배경으로 꼽는다.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위헌 판단을 받았지만, 이용자들이 이미 실명 인증이 필요 없었던 유튜브로 대거 이동한 뒤였다. 유튜브의 획기적인 정책도 성공의 밑거름이었다. 크리에이터에게 콘텐트 수익을 공유해주는 특유의 모델(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은 유튜브가 양질의 크리에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유튜브 역사상 가장 성공한 정책으로도 평가받는 저작권 관리 정책 ‘콘텐트 ID’도 큰 역할을 했다. 이는 유튜브에 저작권을 위반한 콘텐트가 올라오면 원저작자에게 광고료를 지급 받을 수 있는 선택지를 주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신뢰도 높은 전통 미디어를 유튜브 생태계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특정 분야 ‘덕후’들의 플랫폼 이미지가 강했던 유튜브가 광고주들에게 ‘주류’로 인식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유튜브 CEO의 ‘시크릿 소스’=유튜브는 성공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닐 모한 CEO는 인터뷰에서 지금의 유튜브를 만든 ‘혁신’은 단연 ‘크리에이터’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진정한 비법(secret sauce)은 바로 ‘크리에이터’”라며 “유튜브의 성공과 크리에이터의 성공을 연결하는 수익 공유 모델이 안착했고, 크리에이터들은 엔터테인먼트 세계의 스타트업이 돼 전 세계 문화를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튜브가 최근 주목하는 건 두 가지다. 먼저 AI다. 모한 CEO는 “AI 도구가 인간의 창의성을 증폭시킬 잠재력이 크다는 데 엄청난 낙관론을 가지고 있다”며 “크리에이터들은 콘텐트를 더 쉽게 전 세계 시청자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AI 기반 자동 더빙 기술 등에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TV다. 그는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크린은 바로 TV”라며 “이런 변화를 인지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도 거실 시청 환경에 특화된 고품질 콘텐트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이용자들의 시청 방식이 변해서가 아니다. 유튜브가 의도한 측면이 있다. 모한 CEO는 “TV에서 놀라운 시청 경험을 만들기 위한 제품·콘텐트·디바이스(기기) 파트너십에 대한 수년간의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유튜브의 향후 20년은 어떤 모습일까. 모한 CEO의 답이다.
“지난 20년의 경험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크리에이터들이 앞으로 20년 동안 어떤 혁신을 가져올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는 예측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가 주도하는 비즈니스는 계속 성장하고, AI를 기반으로 확장된 콘텐트는 더 많이 국경을 초월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K팝이 지역적인 힘에서 글로벌한 힘으로 성장하는 것을 봤다. 미래에는 이 같은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신재민 기자
◆크리에이터 생태계는 진화 중=유튜브는 한동안 아마추어들의 창의적인 콘텐트와 전통 미디어의 고품질 콘텐트로 양분됐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 중간지대에서 수렴하고 있다. 아마추어 크리에이터는 점차 자체 스튜디오를 만들고, 수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투자해 TV 프로그램 버금가는 고품질 콘텐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전통 미디어들은 거꾸로 정형화된 콘텐트 포맷에서 벗어나 아마추어 느낌이 나는 유튜브용 콘텐트를 제작한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양분돼 있던 콘텐트 제작자들이 서로의 장점을 취하면서 중간 지점에 수렴하고 있는 것”이라며 “새로운 혁신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 이들은 무한경쟁을 벌이며 적자 생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리에이터 사이에선 유튜브 광고 수익이 최근 몇 년간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가 많다. 유튜브의 독점적 지위가 공고해지고 콘텐트 플레이어들은 무한 경쟁에 내몰린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콘텐트 기업 훈픽처스의 김남훈 대표는 “과거와 조회 수가 비슷해도 한 달 광고 수익이 수천만원에서 수백만원대로 뚝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많은데도 유튜브는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크리에이터들은 콘텐트 안에 협찬 제품을 노출하는 ‘브랜디드 콘텐트’를 제작하면서 부족한 수익을 충당하고 있다. 때문에 콘텐트가 상업화되면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의 수익원을 확장하기 위해 이커머스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서황욱 유튜브 한국 및 중화권 콘텐트 파트너십 총괄(전무)은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 쇼핑에서 수익을 늘릴 수 있도록 생태계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유튜브가 국내 기업인 카페24와 손잡고 유튜브 쇼핑을 본격화한 것도 그 일환이다. 모한 CEO는 “한국은 기술에 정통한 사람들과 디지털 커머스 경험이 많은 시장”이라며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에서 2만500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유튜브 쇼핑에 가입했고 앞으로 이 성장의 여지는 매우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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