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포츠 워치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이 된 시계...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 신제품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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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쿨트르는 2025년 워치스&원더스에서 브랜드의 아이콘을 넘어 시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리베르소’ 컬렉션에 다시 한번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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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소 트리뷰트 미니트 리피터. 사진 예거 르쿨트르

1931년 탄생한 리베르소는 말 위에서 펼쳐지는 폴로 경기 중 시계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회전식 케이스와 아르데코 사조에 영향을 받은 직사각형 디자인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그 형태를 유지하며 예거 르쿨트르의 혁신성과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자리매김해 왔다. 물론 둥글고 얇은 시계 디자인의 수요가 증가하고, 쿼츠 파동이 밀어닥치면서 한때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기계식 시계가 부활하고, 복잡하고 정교한 하이 컴플리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리베르소 역시 전환점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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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소 워치는 폴로 경기 중 시계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31년 고안됐다. 사진 예거 르쿨트르

1991년, 리베르소 탄생 6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최초의 컴플리케이션 모델 ‘수아상티엠’은 그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후 리베르소는 회전 케이스의 앞뒤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독창적인 구조 덕분에 다축 투르비용, 미니트 리피터, 크로노그래프 레트로그레이드, 퍼페추얼 캘린더 등 복잡한 메커니즘을 담아내는 훌륭한 캔버스로 진화했다. 2021년에는 양면 케이스는 물론 이를 감싸는 외부 구조에까지 기능을 담아낸 신제품이 등장하며 기술적 혁신의 정점을 또 한 번 보여주었다. 더불어 리베르소는 탄생 초기부터 이어져 온 예술적 장인의 ‘손맛’인 미니어처 페인팅, 스톤 세팅, 인그레이빙 등의 정교한 장식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미학적 깊이까지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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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쿨트르의 워치스&원더스 박람회 부스 전경. 사진 워치스&원더스

박람회 부스는 ‘아이콘’ ‘스타일과 디자인’ ‘혁신’ ‘장인 정신’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리베르소가 걸어온 90여 년의 여정을 조망했다. 컬렉션의 기원이 폴로 경기와 연관된 만큼, 전시는 아르데코 시대 귀족의 마구간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연출됐다. 2025년 신제품 역시 리베르소 특유의 예술성과 기술적 정수를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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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를 찾은 브랜드 글로벌 홍보대사 배우 김우빈. 사진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트리뷰트 지오그래픽
리베르소 특유의 양면 다이얼, 듀오페이스 콘셉트를 활용한 모델이다. 앞면 다이얼에는 시·분·초를 표시하는 세 개의 바늘과 대형 날짜 창이 있어 보통 시계처럼 현재 시각을 알려준다. 반면 뒷면에는 세계 주요 도시의 시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월드 타임’ 기능이 펼쳐진다. 별도의 다이얼 없이 케이스 자체에 정보를 담은 구성이 인상적이다. 중심에는 북반구의 지도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고, 가장자리에는 세계 협정시(UTC)를 기준으로 한 24개 도시명이 둘러싸고 있다. 지도와 도시명 사이에는 낮과 밤을 구분하는 24시간 디스크가 회전해 전 세계 시각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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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도시 시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월드 타임 기능을 담았다. 사진 예거 르쿨트르

조작 또한 간단하다. 케이스 12시 방향에 있는 레버를 당겨 착용자의 현지 시간대에 맞춰 디스크를 조정한다. 이때 디스크는 1시간 단위로 ‘점핑’하듯 회전한다. 레이저 인그레이빙을 통해 지도 위에 새긴 대륙과 이를 에워싼 바다(래커 작업)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미적 감각까지 확인할 수 있는 이 모델은 스틸과 핑크 골드 2가지 버전으로 나왔다. 29.9x49.4㎜의 직사각형 케이스 안에는 예거 르쿨트르가 이 시계를 위해 새로 개발한 수동 방식 통합형 칼리버 834를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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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뒷면에 전 세계 시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직관적인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사진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트리뷰트 미니트 리피터
올해 예거 르쿨트르가 선보인 대표 모델이자 브랜드 기술력을 집약한 시계로,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미니트 리피터(차임) 기능을 탑재했다. 브랜드는 1994년부터 리베르소에 차임 기능을 접목해 선보여왔으며, 매번 새로운 메커니즘과 디자인을 도입하며 진화를 거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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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0점만 한정 생산하는 리베르소 트리뷰트 미니트 리피터. 브랜드의 세공 기법과 워치 메이킹 노하우를 집대성한 모델이다. 사진 예거 르쿨트르

이번 신제품에는 새로 개발한 수동 칼리버 953이 탑재됐다. 미니트 리피터의 핵심은 단연 맑고 청명한 소리다. 이에 브랜드는 지렛대 원리를 적용한 ‘트레뷰쉐 해머’와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에 직접 부착된 크리스털 공을 탑재했다. 그 결과 공명 구조를 형성해 울림을 극대화한다. 기존 미니트 리피터에서 다소 아쉬웠던 ‘무음 구간’을 없앤 건 혁신적 개선이다. 예컨대 보통 리피터는 49분을 알릴 경우 15분 단위로 세 번의 ‘딩동’을 울린 뒤, 분 단위로 ‘동동동동’을 더한다. 하지만 1~14분 사이에는 쿼터 사운드가 생략되면서 ‘시’와 ‘분’ 사이에 공백이 생기는데, 예거 르쿨트르는 2021년 이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고 이번 칼리버에 해당 기술을 적용했다. 이 무브먼트에는 앞서 설명한 기능을 포함해 총 7개의 특허 기술이 반영됐다. 케이스 2시 방향에 설치한 푸시 버튼을 누를 때 작동되는 차임 기능의 작동 장면은 케이스 뒷면을 통해 직접 볼 수 있다.
시침과 분침으로 구성된 앞면 다이얼도 예사롭지 않다. 보리 낱알에서 영감을 받은 기요셰 패턴을 4시간에 걸쳐 수작업으로 새긴 뒤, 8시간 이상 그랑 푀 에나멜 기법을 통해 색을 입히는 등 장인의 손길이 곳곳에 배어 있다. 케이스 크기는 31×51.1㎜, 소재는 핑크 골드다. 총 30점 만드는 귀한 모델이다.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샤냐메’
이 시계의 진가는 케이스를 뒤집었을 때 드러난다. 페르시아의 고전 서사시 ‘샤나메(왕서)’에서 영감을 받아, 1500년대에 제작된 원본 삽화(48×32cm)를 단 2㎠ 남짓한 케이스 뒷면에 정교하게 옮겼다. 기마병이 등장하는 이 장면은 리베르소 시계의 기원이 된 폴로 경기와 그 뿌리에 자리한 고대 페르시아 문화에 대한 경의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이 미니어처는 매뉴팩처 장인이 세밀한 붓을 사용해 직접 그렸으며, 금박 조각을 더하는 파요네 기법으로 입체감을 더했다. 케이스 뒷면 한 개를 작업하는 데만 꼬박 5일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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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 고전 서사시의 한 장면을 케이스 뒷면에 미니어처 페인팅과 금박 조각술을 이용해 표현했다. 사진 예거 르쿨트르

앞면 다이얼은 기요셰 패턴 위에 그랑 푀 에나멜을 입혀 마감했으며, 바 형태의 아워 마커, 도피네 핸즈, 철길 모양의 분 트랙은 1931년 오리지널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리베르소 트리뷰트 컬렉션 특유의 디자인 요소다. 총 네 가지 삽화를 담은 버전이 각각 10점씩 한정 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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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는 붓으로 원본 삽화를 재현하는 과정. 사진 예거 르쿨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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