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동남아 시장 70% 어느새 중국 손에…전략 다시 짜는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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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전기차 영토 확장 고심

비야디(BYD), 체리차 등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유럽에 이어 동남아시아에서도 거침없이 전기차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동남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로모션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 3국의 친환경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량 중 70%가량을 중국 완성차 브랜드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의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전체 차량 중 14%인데, 매년 쑥쑥 크는 이 시장을 중국 업체들이 독식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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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특히,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혈투가 뜨겁다.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전기차 판매 4만3188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0% 성장했다. 이같은 성장세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주도했다. 인도네시아자동차공업협회(GAIKINDO)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순수전기차 판매량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중국 브랜드가 차지했다. BYD가 5718대를 판매해 1위를 차지했고, 우링(4795대), 체리차(4399대), 덴자(2524대)가 뒤를 이었다. 5위에 오른 현대차 판매량(573대)은 BYD와 격차가 10배에 달한다.

이같은 중국차의 약진은 포화 상태인 중국에서 벗어나 신시장을 찾는 전기차 브랜드들이 저가로 밀어내기 하는 영향이 크다. 인도네시아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한 체리차는 이달 말 중국 완성차 가운데 최초로 누적 수출 500만대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런데 최근엔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BYD의 고급 브랜드인 덴자는 한 대에 9000만원에 육박한데도 인도네시아에서만 2524대가 판매됐다. 가격 경쟁력을 넘어 중국 전기차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신뢰와 인지도가 크게 향상됐단 의미다.

중국 업체들은 동남아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대규모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BYD는 연내에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완공해 연간 최대 15만 대를 현지 생산한다. 이밖에 창안차, 지리차, 샤오펑 등도 BYD와 비슷한 전략으로 동남아를 공략 중이다.

현대차도 2022년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을 세우며 현지 생산-판매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지 합작사 HLI그린파워를 세워 코나 EV의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빠르게 퍼진 중국 차의 공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엔 인도네시아 판매량(내연차·친환경차 합산)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줄면서 점유율이 3.4%(6958대)에 그쳤다. 내연차 시장에선 토요타·미쓰비시 등 일본계 브랜드에 밀리고, 전기차에선 중국 완성차에 뒤진 영향이다.

현대차는 현지 생산 차종을 확대하고 기술경쟁력을 강조하겠단 방침이다. 현지의 고가 브랜드 수요를 고려해 고급 전기차 모델의 현지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스포츠마케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동남아축구연맹(AFF)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해 아세안 챔피언십 대회를 후원하는 등 지역 밀착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인도네시아는 2억 8000명이 넘는 인구 규모, 정부의 전기차 보급 정책, 배터리 원자재 조달 용이성 등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파상 공세를 펼치는 만큼 서비스센터 등에서 차별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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