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요즘 드라마,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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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세계관 속 또 다른 병원 이야기로, 전공의들의 성장과 우정을 중심에 둔다. [사진 tvN]
“작품을 촬영하고 만들면서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이 캐릭터는 그때 무얼 하고 있었을까, 더 캐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최근 시즌3 제작발표회에서 “스핀오프 같은 걸 해볼 생각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흥행한 한 편의 이야기를 넘어, 등장인물과 설정 하나하나가 또 다른 이야기의 씨앗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콘텐트 업계에서는 이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다른 매체로,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역대 ‘청불영화’ 최고 흥행작인 ‘내부자들’(2015)은 현재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 중이다. 드라마 흥행을 기반으로 축약본같은 영화가 나오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그 반대는 드문 경우다. 영화에서 백윤식이 연기했던 정치 설계자 이강희 역을 송강호가 맡아, 1980~90년대를 관통하는 사건들을 촘촘히 풀어낼 예정이다.

‘원경’은 조선 왕 이방원과 원경왕후의 애증을 그린 사극으로, 프리퀄 ‘원경: 단오의 인연’은 두 사람의 젊은 시절 로맨스를 다뤘다. [사진 티빙]
2022년 방영 당시 최고시청률 26.9%를 기록한 JTBC ‘재벌집 막내아들’도 속편이 나온다.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라는 기본 서사 위에 새로운 캐릭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제작을 맡은 아티스트스튜디오는 “기획 초기부터 해외 시청자들과의 정서적 접점을 고려한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설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훈정 감독은 영화 ‘마녀’ 시리즈(2018, 2022)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폭군’을 지난해 선보였다. 처음으로 긴 호흡의 연출을 경험한 박 감독은 “각 캐릭터들의 매력을 더 깊이 조명할 수 있었고, 포맷과 수위 면에서 보다 자유롭다는 점이 좋았다”고 전했다.
특히 OTT 중심의 콘텐트 생태계가 자리 잡으면서, 한 번의 소비로 끝나지 않는 ‘반복 가능한 이야기’는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세계관 공유, 스핀오프 전략은 충성도 높은 팬덤을 확보하고 IP(지적재산권)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적인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콘텐트 소비가 팬덤 중심으로 변화했다. 세계관에 깊숙이 빠져든 시청자들이 관련된 다른 콘텐트들도 소비하는 구조다. 스핀오프나 IP의 멀티 유즈 전략이 훨씬 더 유용해진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황동혁
CJ ENM은 2021년 티빙과의 협업 확대를 발표하고 드라마 유니버스 확장을 진행 중이다. 올 1월에는 ‘원경’의 tvN 방영 도중 티빙에서 프리퀄 ‘원경: 단오의 인연’을 선보이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 공개한 티빙 ‘사장님의 식단표’는 tvN ‘손해 보기 싫어서’의 서브 커플 이상이·한지현의 이야기를 떼어낸 스핀오프다. 티빙은 ‘비밀의 숲’ 시리즈(2017, 2020)의 비리검사 서동재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좋거나 나쁜 동재’도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정 평론가는 “‘스타워즈’가 초기에 주인공 중심으로 시작했다가, 이후 주변 인물들까지 각자의 서사를 갖게 된 것처럼 K-콘텐트도 그런 방식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며 “주변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하는 방식이 결국 전체 세계관을 풍부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파생작은 신인 연출자의 데뷔 기회로도 작용한다. 지난달 종영한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이민수PD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본편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연출한 신원호 감독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배우 전도연이 주연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2023)의 조감독이었던 이태성 감독은 스핀오프 영화 ‘사마귀’로 첫 메가폰을 잡는다.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세계관 확장 전략은 글로벌 콘텐트 시장에서도 주요 흐름이 됐다. 액션 블록버스터 ‘존 윅’ 시리즈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 ‘발레리나’는 8월 중 국내 개봉한다. ‘존 윅’의 스핀오프 드라마 ‘컨티넨탈’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2023년 공개된 바 있다. 영화 ‘더 배트맨’의 세계관을 이어가는 드라마 ‘더 펭귄’은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빌런 서사로 호평 받았다.
콘텐트의 세계관 확장 전략이 지상파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MBC에서 지난해 ‘수사반장’(1971~1989년)의 프리퀄 ‘수사반장 1958’로 시청률 10%를 돌파한 사례를 들며 “검증된 인기 IP로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OTT에 올라 있는 옛날 드라마와 함께 시청률·화제성을 가져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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