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캠코더로 찍은 ‘28일 후’…아이폰 20대 연결한 ‘28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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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보일 감독은 ‘28일 후’(2002)로 뛰는 좀비를 처음 선보였다. 그가 ‘분노 바이러스’ 창궐 20여 년 후를 그린 후속작 ‘28년 후’로 돌아왔다. 홈 카메라 느낌을 살리고 촬영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이폰 20대를 붙여 촬영하고, 편집에 리듬을 더했다. [사진 소니 픽처스]
“‘오리지널 영화’(28일 후)와의 연결성을 살리고 싶었다.”
영화 ‘28일 후’(2002)로 좀비 영화 신드롬을 일으켰던 대니 보일(68) 감독이 23년 만에 정식 후속작 ‘28년 후’로 돌아왔다. 감독은 18일 오전 한국 언론과 진행한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장면에 아이폰 촬영이 활용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28일 후’에선 디지털 캠코더를 활용해 저화질 홈비디오의 느낌을 냈다.
그는 이어 “기술적 이유도 있다”며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량 카메라를 쓰고자 했다”고 전했다. 분노 바이러스가 퍼진 28년 후, 인간의 흔적이 없는 태곳적 자연의 배경이 필요했던 감독은 아이폰 20대를 연결한 촬영 기기를 직접 만들었다.
영국 영화감독 대니 보일은 극영화 데뷔작 ‘쉘로우 그레이브’(1994)로 주목을 받았고, ‘트레인스포팅’(1997)을 연출하며 1990년대 영국 뉴웨이브를 상징하는 스타 감독이 됐다. 퀴즈쇼에 출연한 인도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로 2009년 제81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8개 부문을 수상한 거장이다.

대니 보일 감독
간담회 내내 보일 감독은 ‘28년 후’가 ‘28일 후’의 정식 후속편임을 강조했다. ‘28일 후’는 침팬지로부터 ‘분노 바이러스’가 유출된 28일 후의 영국을 그린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의 영화다. 주인공 짐을 연기한 킬리언 머피를 대중에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28년 후’는 바이러스 발생 28년 후가 배경으로, 감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영국 본토가 격리됐다는 설정이다.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감염자의 양상도 다양하게 변했고, 생존자들은 ‘홀리 아일랜드’라는 섬에 모여 생활한다. 영화는 어느 날 섬을 떠난 주인공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가 본토에 발을 들이며 생기는 일을 그렸다. 감독은 “(28년간) 사람뿐 아니라 바이러스도 생존했다는 사실을 다룬 것이 영화 ‘28년 후’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28일 후’의 흥행에 ‘28주 후’(2007)라는 후속작도 개봉했지만 감독의 마음에 차진 않았다. ‘28주 후’는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디요 감독이 연출을 맡아 분노 바이러스 창궐 6개월 후를 그린 영화다. 대니 보일 감독은 2023년 미국의 온라인 매거진 인버스(Inverse)를 통해 “‘28주 후’는 정식 속편이 아니다”라며 “시리즈 전체의 명성을 망칠 뻔 했다. 독창성이 부족했다”고 평했다.
‘28년 후’는 내년 개봉 예정인 후속작과 함께 3부작으로 구성된 ‘28년 후’ 시리즈의 서막이기도 하다. 감독은 “이번 영화가 가족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라면, 두번째 영화는 악의 본질을 다룬다. 이미 촬영을 마쳤다”고 밝혔다. 2부의 말미에는 ‘28일 후’ 주인공 짐 역을 맡았던 킬리언 머피가 등장한다. 머피는 이번 시리즈의 총괄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보일 감독은 “이번 영화에는 ‘28일 후’를 사랑해준 팬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담았다”며 “‘28년 후’도 큰 스크린으로 영화관서 직접 확인해달라”고 강조했다. 영화는 2.76:1이라는 와이드스크린 화면비로 촬영돼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19세 이상 관람가. 1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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