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경으로 떠나는 이란인들, 시리아 난민 악몽 반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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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이스라엘의 폭격 이후 피란길에 오른 이란인들. 수도 테헤란을 탈출하기 위해 차량이 길게 들어서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부터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에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8일 이란 난민 발생 가능성을 진단하며 “주변국들이 이란 국경을 넘어 난민들이 쏟아져 나올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서쪽으로는 이라크·튀르키예, 동쪽으로는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북쪽으로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조건 항복하라”고 경고한 이후 도심을 빠져나가는 대규모 피난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고 도시 전체가 거대한 유령 도시처럼 변한 실정이다. 공항이 폐쇄되고 도로만 이용할 수 있어 테헤란에서 평소 4시간 걸리던 북부 도시까지 가려면 1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일부 이란인들은 이미 이라크로 월경을 시도 중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15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테헤란의 샤란 가스·석유 저장소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도 주요 목적지로 꼽힌다. 튀르키예 구르불라크 국경검문소에서 승객을 나르는 버스 운전사 페리트 악타스는 AP통신에 “열흘 전만해도 하루 3~5명의 이란인이 쇼핑을 위해 왔지만, 지금은 하루 최소 30명을 태우고 있다”며 “(이란인 난민들은) 대부분 튀르키예를 거쳐 유럽으로 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인접국들이 이란 난민을 경계하는 건 시리아 내전으로 촉발된 시리아 난민 사태의 경험 때문이다. 600만명의 난민이 인접국과 유럽으로 이동하면서 물가 및 집값 상승, 치안불안을 초래했다. 이 때문에 요르단의 경우 생활고에 시달린 시민들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독일에선 난민의 칼부림 사건 등 범죄 빈발로 반이민을 내건 극우 정당이 총선에서 제 2정당으로 발돋움 하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켰다.
인접국들은 이란 난민의 유입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공식적으로는 “특이한 국경이동 현상은 없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난민 유입에 따른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 메르 그리고리안 아르메니아 부총리 역시 “난민과 에너지, 물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예의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16일부터 이란에서 들어오는 육로를 봉쇄해 아예 문을 걸어 잠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인접국들은) 과격 분리주의 단체, 이란 민병대, 심지어 이스라엘 스파이들이 자국에 들어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지만, 무엇보다 대규모 난민 유입 자체를 경계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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