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흙으로 돌아온 장욱진…세종시 연동면에 장욱진 생가기념관 착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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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이 생전 머물던 곳들에서 채취한 흙을 실은 드론이 세종시 연동면 장욱진 생가 상공을 날고 있다(사진 아래). 18일 연동문화발전소에서 열린 장욱진 생가기념관 착공식의 하이라이트다. 사진 세종특별자치시

착공식이라지만 테이프 커팅도, 시삽도 없었다. 대신 장욱진 유족과 세종특별자치시 관계자들이 병에 담긴 다섯 가지 색 흙을 섞었다. 평생 번잡함을 피해 조용한 곳을 찾아다니며 자기만의 그림을 그린 장욱진이 머문 곳들에서 채취해 온 흙이다. 남양주 덕소(1963~75)부터 서울 명륜동(1975~79), 충주 수안보(1980~85), 용인 신갈(1986~90), 그리고 1979년 둘째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내고 생전 본인의 유골도 뿌려지길 바랐던 충주의 사찰 세계사의 흙까지 한데 모였다. 모인 흙을 실은 드론이 세종시 연동면 연동문화발전소(옛 연동면사무소)에서 날아올라 고향 마을을 둘러보듯 지나 송용리 생가에 착륙했다.

고향 생가에 2027년 개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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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장욱진 생가기념관 착공식에서 관계자들이 장욱진이 생전에 머물던 곳들의 흙을 한데 모으고 있다. 왼쪽부터 장욱진의 장녀 장경수, 윤지성 세종시의원,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 장남 장정순, 김동건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이사장. 세종=권근영 기자

18일 오후 연동문화발전소에서 장욱진 생가기념관 착공식이 열렸다. 시는 기찻길 옆에 남은 디귿형 한옥 뒤에 상설ㆍ기획 전시실, 수장고 등을 갖춘 기념관을 2027년 개관할 예정이다. 생가 기념관은 장욱진 탄생 100주년이 되던 2017년부터 논의됐다. 2021년 건축사사무소 에브리아키텍츠(대표 강정은)가 ‘화가 장욱진과의 산책’을 컨셉트로 설계 공모에 당선됐지만 행정수도 이전론이 부상하면서 주변 보상비용이 크게 늘자 2년간 설계용역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최민호 시장은 “지금은 기차가 서지 않는 내판역도 기념관이 완성될 무렵에는 되살아날 것”이라며 “장욱진역으로 이름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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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수안보 시절의 화가 장욱진. 사진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장욱진은 1917년 세종시 연동면(옛 충남 연기군 동면)에서 태어났다. 7살에 아버지를 여읜 후 고모가 있는 서울 종로로 이사, 양정고보와 도쿄 데이코쿠 미술학교(현 무사시노 미술대학)를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서울대 미대 교수로도 잠시 일했지만 유파나 미술운동에 휩쓸리지 않고 평생 자유인으로 살며 특유의 심플 미학이 돋보이는 작은 그림들을 남겼다. 1990년 12월 27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그는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고향 선산 탑비에 안장됐다. 스님들의 사리탑처럼 유골함을 모신 비석이다. 제자 최종태가 산 위를 날아가는 사람 모습을 비석에 새겼다. 1991년 신년호 신문에 실린 마지막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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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시절 손바닥 만한 갱지에 그린 '자화상'(1951). 결혼식 때 입은 프록코트 차림으로 노란 벌판을 걷는 모습이다. 제자 최종태가 "무슨 새를 그렸나요?" 묻자 까치라고 답했다. "까치는 저렇게 줄지어 날지 않는데요" 반문하자 장욱징은 "내가 시켰어"라고 말했다. 사진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장욱진은 이건희컬렉션, BTS RM의 소장품으로도 재조명됐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회고전에는 26만여 명이 다녀갔다. 고향에서 피란살이 하면서 그린 ‘자화상’, 인근 미호천을 건너 장에 가는 사람들을 그린 ‘나룻배’가 대표작으로 남았다. 장남 장정순 씨는 “6ㆍ25 때 연동국민학교를 다니는 등 숱하게 이곳을 찾았지만 아버지의 생가 복원을 시작하게 된 오늘은 더욱 설렌다”고 말했다.

이건희 홍라희 마스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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