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공격 승인하고 명령만 보류"…대사관 일부도 탈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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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하기 위한 계획을 승인한 상태에서 이란의 최종 입장 변화를 기대하며 명령을 보류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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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 선수단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이란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심각한 표정으로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제 전날 이란 최고 지도자에 대한 암살 가능성을 제기하며 “무조건 항복”을 촉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동참할지 여부에 대해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란의 입장 변화를 압박했다.

미군의 직접 개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미 국방부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 일부는 군용기를 이용해 이스라엘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공격 계획 승인”…‘공격’ 명령만 남은 듯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이미 이란 공격 계획을 승인했다”며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철회할지 지켜보기 위해 최종 공격 명령을 보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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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된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식 도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귀속말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 선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고, 특히 전쟁은 더욱 그렇다”며 “무엇을 할지에 대한 생각들이 있지만, 시한 도래 1초 전에 최종 결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교의 문을 닫았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했다. 최종 공격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 이란의 입장 변화를 기다려보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싸우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싸움이냐, (이란의) 핵무기 보유냐 사이의 선택이라면 해야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메네이 정권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론이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파키스탄 실세 면담…최종 조율 시도하나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에서 파키스탄 군부의 실세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을 만났다. 무니르 총장은 최근 5성 장군인 원수 계급으로 승진한 파키스탄군의 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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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18일 새벽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룸버그와 로이터는 무니르 총장이 이란과의 최종 소통 채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파키스탄은 이란과 소통해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 자제를 조건으로 이란이 협상 의사가 있다는 중재안을 전달한 전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니르 총장과의 면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파키스탄은 이란을 매우 잘 알고 있고, 무니르 총장은 내 의견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물밑선 “대화 용의”…이스라엘, 핵시설 타격

그러나 하메네이는 이날도 “이란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군사적 개입이 의심할 여지 없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항복을 거부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이란 당국자가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의 회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물밑에선 막판 대화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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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18일(현지시간) TV연설을 통해 "항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의 외무장관도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불법적이고 집단학살적으로 (타국을) 점령하는 이스라엘 정권을 예외로 둔 채 우리는 외교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반면 이스라엘은 보복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오전 이란·이라크에 위치한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고,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TV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우리편’이라고 칭하며 “이스라엘의 영공 방어를 위한 지원에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의 개입에 대한 확신이 반영됐거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속한 결단을 종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軍 “실행 준비 완료”…대사관 일부 철수

트럼프 대통령의 고심 속에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국방부의 임무는 선택지를 마련하고 준비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를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지하 핵시설을 타격할 벙커버스터와 이를 운반할 B-2 스텔스 폭격기 동원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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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1일 이스라엘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선 이날 미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 일부가 군용기를 타고 이스라엘 밖으로 대피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일부는 육로를 통해 인근 요르단으로 출국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CNN에 “이스라엘을 떠나려는 미국인을 위해 별도 항공편과 크루즈선 출발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쟁 발발의 확실한 시그널인 대사관 전면 대피령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결단’의 시간 임박…판도라 상자 열까?

미국의 군사 개입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짙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이유는 군사·외교·정치적 부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의 개입은 중동 전체의 불확실성 확대를 감수해야 하는 결정이다. 또 벙커버스터를 사용하더라도 80~90m 지하에 묻힌 핵시설을 쉽게 제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포린 어페어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을 영구적으로 무력화시켰다고 선언할 작전 완료의 순간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미국의 가담은 미국을 이란의 핵 보복 대상에 들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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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새 국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여론도 유리하지 않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미국인 15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미군 개입에 반대한 의견이 60%에 달했고, 개입에 찬성한 의견은 16%에 불과했다. 특히 공화당원 중에서도 53%가 군사 개입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전쟁이 장기화되고 미군 사상자가 발생할 여론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군은 중동 지역에만 4만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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